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l 아르테 l 2만4000원
누군가가 죽이지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려 9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독이 든 음료를 나눠 마셨다. 1978년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요릭 타운에서 미국 사이비 종교단체 ‘인민사원’(Peoples Temple) 신도들은 과연 교주 짐 존스에게 세뇌당한 것일까?
2000년대 들어 미국 전역에는 피트니스 광풍이 불었다. 요가, 사이클, 크로스핏 등을 단체로 하는 스튜디오에는 강사들의 가르침에 따라 성실하게 땀 흘리는 이들이 가득했다. 언젠가는 완벽한 몸과 그만큼이나 완벽한 인생을 누리게 될 것이라 맹신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피트니스 산업에 충성을 바쳤다. 이들은 어리석은 피해자들일까?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의 저자는 이런 현상을 모두 ‘컬트’로 풀어낸다. 컬트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내부자 용어를 천착해 컬트 언어의 속살을 들춰낸다. 교주의 친밀한 말이 자발적인 맹신을 이끌어내고 강사들의 달콤한 유혹은 환상을 더욱 부풀게 한다. 그러나 “컬트 언어는 마법 총알이나 독약이 아니라 오히려 플라시보 알약에 가깝다”.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믿도록 조종하는 힘은 말에 있지 않다. 사람들이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을 믿도록 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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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지어 피트니스를 함께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러브바밍’(love-bombing), ‘우리 vs 저들 이분법’, ‘로드된 언어’(loaded language), ‘사고 차단 클리셰’(Thought-termination cliché) 등의 컬트 언어 도구들을 저자는 파헤쳐 고발한다. 듣고 싶어하는 말들을 폭탄처럼 쏟아놓고, 참여한 우리와 그렇지 못한 저들을 나눠 은밀한 우월감으로 심리적 분열을 일으키고, 특정한 단어나 문구로 일정한 감정을 촉발하게 하며,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상투어를 반복함으로써 컬트를 조장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사이언톨로지 같은 논쟁적인 종교와 다단계 마케팅 회사까지 분석하고, 오늘날 현대인들을 사로잡는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들까지 추적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함성을 내지르는 이들부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중독된 이들, 특정 정치인에 눈먼 이들까지도 컬트적 언어로 조장된 컬트 현상으로 독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모든 낯선 집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적으로 엄폐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어느 순간에든 논리적 사고와 감정적 직감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