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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정학의 새 전성시대 [책&생각]

등록 2023-02-03 13:32수정 2023-02-03 13:45

책거리

체스 게임으로 비유되는 지정학적 사고. 게티이미지뱅크
체스 게임으로 비유되는 지정학적 사고.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러시아 전문가 제임스 빌링턴(1929~2018)은 <러시아 정체성>(2004)에서 소련 해체 뒤 러시아에서 새로운 ‘유라시아주의’가 형성된 맥락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에서의 유라시아주의의 부활은 대부분 제국상실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서구 지향적 시선을 지닌 자유주의적 엘리트들의 ‘러시아공포증’(루소포비아)에 대한 혐오감에 기인한 것이었다.” “대다수 러시아인들에게 유라시아주의는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 호감도 의미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여전히 모호하게 ‘서구’라고 불렀던 것에 의해 느꼈던 모욕감에 맞선 항의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냉전 종식 당시 고르바초프는 러시아만 고립되지 않도록 서방 세계와 함께 ‘유럽 공동의 집’을 지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지만, 미국은 끝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를 통해 러시아를 옥죄는 길을 택했습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전쟁을 포함해 수많은 분쟁들의 뿌리가 여기에 닿아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이 그런 선택을 한 데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유라시아를 하나의 거대한 체스판으로 상정하고 그 속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브레진스키류의 지정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방 세계에서 배제된 러시아가 유라시아주의를 재발명해낸 데에서 볼 수 있듯, 이쪽의 지정학은 늘 저쪽의 지정학을 낳기 마련입니다. 지정학을 앞세워 “현실은 단지 비정한 것”,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따위의 인식을 서로 주고받으며, 국제 사회에는 서로를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수작들만이 점점 더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다시 찾아온 이 지정학의 새 전성시대가, 다만 암담하게 여겨질 따름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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