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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돈 떼이고 뚜드려 맞고”…이주노동자를 돕는다는 것

등록 2023-02-24 05:01수정 2023-02-24 10:11

화성외국인노동센터 한윤수 목사
이주노동자 상담·지원 두터운 기록

이주노동자에 기댄 우리 경제구조
부의 공유, 인권의 연대로 나아가야
한윤수 목사가 만나온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박영률출판사 제공
한윤수 목사가 만나온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박영률출판사 제공

오랑캐꽃이 핀다 1~10
한윤수·홍윤기 지음, 홍윤기 엮음 l 박영률출판사 l 각 권 1만2000원

2021년 기준으로 취업자격을 가지고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40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36만여명은 ‘단순기능인력’으로 분류된다. ‘불법체류’라 불리는 미등록 외국인의 규모가 40만명가량임을 감안하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함께 산 지 오래됐으나 이들의 열악한 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신고한 체불임금은 2017년 783억원에서 2020년 1287억원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이 영하 20도의 날씨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숨졌다.

<오랑캐꽃이 핀다>는 2007년 ‘화성외국인노동센터’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을 펴온 한윤수(75) 목사가 그동안(2008~2018년) 만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기록이다.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글 등 895편을 아홉권에 담고, 마지막 제10권에는 홍윤기 동국대 명예교수(철학)의 해설 등을 실었다. ‘노동허가’를 하지 않고 ‘고용허가’를 하는 제도 때문에 쉽사리 일터를 옮길 수 없고 산업재해 등에도 대처하기 힘든 이주노동자, 그런 상황을 악용하여 퇴직금을 떼어먹고 때로 폭행, 성폭행까지 자행하는 악덕 사장…. 10년, 20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은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구체적인 얼굴들을 담은 이야기들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진다.
화성외국인노동센터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해온 한윤수 목사. 박영률출판사 제공
화성외국인노동센터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해온 한윤수 목사. 박영률출판사 제공

한결같지만 단선적이진 않다. 때로 이주노동자보다 더 불쌍해 보이는 사장이, 무책임하고 편견 많은 이주노동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국적마다 천차만별인 개성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지은이는 그 안에 ‘구조’를 담는다. “외국인은 쓰리디(3D) 업종에서 일을 시켜도, 돈을 덜 줘도 되고, 말이 없고, 결근이 없고, 해고가 쉬워서 쓴다. 줄이면, ‘삼디돈말결해’!”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그 기층을 이주노동자에 기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창출되는 부(富)를 과연 상호호혜적·인권친화적으로 나누고 있는가? 이주노동자를 통해 ‘목돈’을 벌지만 그들에게 ‘쌈짓돈’만 준다. 지은이는 앞서 말한 ‘삼디돈말결해’를 “‘쌈짓돈’을 말하면 결국 해(헤)어진다”고 새긴다. 인간으로서 응당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인류애’ 위에, 이 경제구조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윤수(오른쪽) 화성외국인노동센터 소장과 홍윤기 동국대 명예교수. 박영률출판사 제공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윤수(오른쪽) 화성외국인노동센터 소장과 홍윤기 동국대 명예교수. 박영률출판사 제공

지은이는 “의식 있는 소수를 제외한 많은 한국 대중에게 영락없이 오랑캐 취급을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하지만 삶의 속내를 알고 보면 오랑캐꽃처럼 어여쁘기에 이 제목을 붙인다”고 썼다. 젊은 시절 출판사(청년사)를 운영했던 지은이는 <산체스네 아이들> 같은 “무명씨들의 생활기록”에 큰 관심을 가졌고, 야학을 하던 대학생들이 모아온 10대 청소년 노동자들의 일기와 생활담을 엮어 <비바람 속에 피어난 꽃>(1980)을 펴낸 바 있다. 여기엔 ‘타이밍’(졸음방지약)을 먹고 20시간씩 일하며 관리자들의 폭행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뎌야 했던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은이는 “맨날 돈 떼이고 뚜드려 맞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안 도와주면 죽을 것 같은”, “30년 전 그 애들”의 모습을 봤다고 말한다.

홍윤기는 이런 지은이로부터 “대한민국을 출발점으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를 동시에 꿰”어 “부의 공유와 인권의 연대”란 전망을 뽑아내고, 이를 실천하는 ‘둥근 아시아’를 그려보자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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