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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불평등, 어찌할 것인가?

등록 2023-03-03 05:00수정 2023-03-03 22:21

유전자 로또

DNA가 사회적 평등에 중요한 이유

캐스린 페이지 하든 지음, 이동근 옮김 l 에코리브르 l 2만3000원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으로 이뤄진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한 이 말은 땀방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러나 맞는 말인지 의심을 품게 하는 격언이기도 하다. 세상사에 눈뜰 나이가 되면 큰 성취가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어렴풋이, 아니 명확히 깨닫게 된다. 타고난 환경, 이를테면 출생 국가, 인종, 양육 환경과 같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한 사람의 성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란 얘기다.

한 사람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이 일생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건 진실에 가깝다. 부모의 부·교육·건강 수준과 자녀의 부, 직업, 교육 수준이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경제학·사회학 연구는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 ‘부모 찬스’ ‘할아버지·할머니 찬스’로 좋은 학교, 괜찮은 직장에 입학하거나 취업한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노력 기여분(99%)의 상당 부분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에디슨도 반박하기 어려울 성싶다.

<유전자 로또>는 99% 영역이 아닌 ‘1% 영역’에 의문을 던진다. 심리학과 유전학을 모두 섭렵한 저자의 핵심 주장은 유전자는 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영감에 1%보다 훨씬 더 많은 몫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유전학의 빠른 발달에 따라 이 명제는 실증 연구로 충분히 사실로 확인되고 있단다. 한 예로 ‘교육 다유전자지수’가 상위 25%에 속하는 집단은 하위 25% 집단에 견줘 대학 졸업 확률이 4배 가까이 높다. 똑똑한 부모 아래 똑똑한 자녀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스스로 좌파 지식인이라고 책에서 밝힌 저자가 유전자 결정론 나아가 우생학에 심취한 차별주의자의 그것과 닮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걸까. 그는 사회 불평등 해소를 바라는 많은 사람이 유전학이 알려주는 진실에 눈감으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강조한다. 유전적 특성이 사회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도 요원하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저자는 “좌파는 지나치게 사회·경제적 조건을 강조한 나머지 (유전적 특성은 의지적 선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로또가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현실에 눈감고 있다”며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유전학에 관여하지 않으면 이 분야는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배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장 혜택받지 못하는 구성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저명한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을 끌어와 로또를 맞지 못한 이들에게 유리한 제도 설계를 촉구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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