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원작으로 삼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의 포스터.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달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로알드달스토리컴퍼’를 인수했다. 넷플릭스 갈무리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어린이문학 작가 로알드 달을 두고 벌어진 논쟁이 흥미롭습니다. 퍼핀출판사는 달 작품들을 개정하며 “모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deemed offensive) 내용들을 삭제하거나 고칠 거라고 했다가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예컨대 “뚱뚱하다”(fat)를 “거대하다”(enormous)로, ‘남자’(men)를 ‘사람’(people)으로 바꾼다거나 ‘미친’(crazy), ‘하얀’(white), ‘검은’(black) 같은 수식어들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이에 ‘터무니없는 검열’이라는 입장과 ‘문학도 시대와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렸죠.
문학도 시대와 함께 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행위도 필요합니다. 다만 작가가 직접 참여하지 않은 방식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굳이 원문을 고쳐 쓰지 않더라도, 진화의 ‘우아한’ 방식들이 많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린다 수 박은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1932)을 ‘다시 쓰는’ 방식으로 진화시켰습니다. 백인 소녀 대신 <초원의 연꽃>(2020)의 주인공이 된 중국계 이민자 소녀는 차별과 혐오를 표면으로 드러내고 이에 당당히 맞섭니다. 개별 작품을 ‘살균’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품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이겠죠.
퍼핀출판사는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겠다 합니다. 원작에 손대지 않은 ‘로알드 달 클래식 컬렉션’을 개정판과 함께 출간해, 독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죠. <황금 나침반>의 작가 필립 풀먼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핵심을 찔렀더군요.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면) 왜 절판되게 놔두지 않지? 아, 물론 돈 때문이겠지.”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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