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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물 지지 정치’가 계속되는 이유 [책&생각]

등록 2023-03-10 05:00수정 2023-03-10 09:56

‘팬덤 정치’라는 낙인

문재인 지지자, 그들은 누구인가

조은혜 지음 l 오월의봄 l 1만6000원

특정 정치인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정치 팬덤’은 20여년간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애초 정치 팬덤은 시민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로 주목받았으나 현재는 ‘좌표찍기’, ‘문자폭탄’, ‘악성댓글’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대표된다. 급기야 정치 팬덤은 ‘팬덤 정치’로 재정의되고, 여야와 전문가, 언론 등으로부터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책 제목에서 암시하듯 저자는 한국 정치의 위기를 팬덤 정치 탓으로 돌리는 최근의 시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여야 정치인들과 언론이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을 아이돌 팬덤과 동일시하며 낙인을 찍고, 정당정치의 근본 문제를 은폐하는 프레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빠’ 또는 ‘문파’로 불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 13명 심층 면접을 통해 ‘인물 지지 정치’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한꺼풀 벗겨내고 시민의 정치 참여라는 측면에서 다시 팬덤 정치를 분석하려는 시도다. 저자는 시민들을 제대로 대의하지 못하는 정당, 견제받지 않아 기득권이 된 법조·관료·언론 등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인물 지지 정치가 자라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정책과 가치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사라지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하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도 이러한 반론을 의식한 듯 지지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없는 인물 지지 정치는 여러 폐단을 낳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책임을 정당 정치에 묻는다. 지금의 정당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인물 지지 정치는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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