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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대표 사진선집
김기찬 지음 l 눈빛 l 6만원 한 여자아이가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업고 있다. 허리가 휘청거릴 만도 한데, 표정은 밝다. 그 여자아이 옆에 다른 여자아이도 있다. 그도 같은 자세로 아이를 업었다. 해진 슬리퍼를 신고 있지만, 땅을 딛고 서 있는 모습은 당당하다. 햇볕 몇 줄기 간신히 스며드는 좁은 골목에 이들은 마주 서 있다. 80년대 이후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에 밀려 사라진, 지금은 잊힌 공간, 골목에서 말이다. 1972년 사진가 김기찬(1938~2005)이 찍은 한여름 서울 풍경이다. 그는 ‘골목’을 평생 자신의 작업 테마로 삼았다.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요리조리 삐뚤삐뚤 올라가야” 했던 골목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었다. 고무줄놀이에 매달린 아이들, 찢어진 셔츠를 입고도 만화책에 푹 빠진 중학생, 노상 방뇨하는 노인, 화투판을 벌인 중년 여성들 등 “훈훈하고 인정 넘치는 세월”이 그곳엔 있었다. 김기찬 사진의 힘이야말로 지금은 사라졌어도 끝없이 확장되는 골목 이야기에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8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소환되는 이유다. 사진집 <골목안 풍경>은 그의 작품을 집대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이야기도 담았다. 방송국 영상제작부장을 지내면서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메고 서울역 뒤 염천교, 중림동, 사근동 뚝방촌 일대를 다닌 사연 등이 소개돼 있다. 1968년부터 무려 30여년간의 일이다. 또한 이 사진집에는 생전에 그가 출간했던 <골목안 풍경> 1~6집에 수록된 사진뿐만 아니라 미공개 사진 100여장도 포함돼 있다. 합쳐 총 277장이 그의 “왁자지껄한 골목” 인생을 추앙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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