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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쇼스타코비치, 격동기 소련에서 살아남은 문제적 음악가 [책&생각]

등록 2023-03-10 05:01수정 2023-03-10 09:08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942년. 위키미디어 코먼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942년. 위키미디어 코먼스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
엘리자베스 윌슨 지음, 장호연 옮김 l 돌베개 l 5만5000원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권력과 예술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중의 사랑과 국제적 명성을 아울러 누리다가 권력의 눈밖에 나는 바람에 위기를 겪었지만, 자신의 예술적 고집을 꺾고 체제의 이념에 부합하는 음악을 내놓으며 ‘복권’에 성공한 그의 행보는 당대에도 후대에도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은 쇼스타코비치와 소련 체제 사이의 긴장과 마찰을 날렵하게 포착한 작품이었다.

새롭게 번역돼 나온 <쇼스타코비치>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이 문제적 인물의 삶을 재구성한 독특한 형식의 전기다. 지은이 엘리자베스 윌슨은 영국 출신의 첼로 연주자이자 작가로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의 전기와 역시 첼리스트이며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외교관의 딸인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첼로를 배웠다. 로스트로포비치 자신은 1943년 이 음악원에 입학해 쇼스타코비치의 관현악법 수업을 들었으며,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첼로협주곡 1번을 제자에게 헌정했다.

로스트로포비치를 매개로 쇼스타코비치와 이어질 뿐만 아니라 윌슨 자신 1971년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이 모스크바에 와서 쇼스타코비치와 만났을 때 통역 겸 운전사로 두 사람을 동행한 바 있다. 윌슨은 그 만남을 기록한 자신의 미발표 회고록을 이 책에 포함시켰는데, 이 글뿐만 아니라 로스트로포비치의 상세한 인터뷰와 쇼스타코비치의 가족 및 친구들의 인터뷰와 미발표 회고록 등 귀중한 자료들이 책의 신빙성을 높인다.

1962년 예브게니 옙투센코의 시 ‘바비 야르’를 텍스트로 삼은 교향곡 13번 초연 당시. 지휘자 키릴 콘드라신(가운데)과 옙투센코(오른쪽)와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돌베개 제공
1962년 예브게니 옙투센코의 시 ‘바비 야르’를 텍스트로 삼은 교향곡 13번 초연 당시. 지휘자 키릴 콘드라신(가운데)과 옙투센코(오른쪽)와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돌베개 제공

승승장구하던 쇼스타코비치가 1936년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공연을 관람하던 스탈린이 도중에 자리를 뜬 뒤 <프라우다>에 비판 기사가 실리고 형식주의로 비난받으며 숙청 위기에 몰렸던 일, 1942년 8월 독일군에 포위된 레닌그라드에서 그의 교향곡 7번이 연주되어 시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켰던 일화, 흐루쇼프의 해빙기였던 1960년에 그가 뒤늦게 공산당에 입당해야 했던 사정 등 그의 생애의 주요 사건들과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번역서 본문만 800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전기의 결론은 역시 주인공에게 우호적이다. “쇼스타코비치는 험난한 삶을 살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견실함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 논쟁과 주장들이 세월 속에 묻혀 희미해지는 가운데 그의 불굴의 정신과 투지를 보여주는 최고 증거로 남는 것은 단연코 그의 음악들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1960년대 중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왼쪽),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오른쪽)와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돌베개 제공
1960년대 중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왼쪽),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오른쪽)와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돌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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