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간돼 올해까지 국내에서 50만부 팔린 백세희 작가의 ‘힐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가 지난해 6월 영국에서 출간된 뒤 6개월 만에 10만부(전자책 포함)가 팔려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국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2016~2020년 10개 언어권에서 30만부가 팔린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의 영국에서의 높은 판매량은 이른바 ‘케이(K)-에세이’의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영국에서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 책은 최근까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까지 총 17개국에 판권이 팔려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 곳곳의 독자와 만나게 됐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의 수출 계약을 이끈 홍순철 비시(BC)에이전시 대표는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출간한 영국 출판사 블룸즈버리가 한국 에세이로는 처음으로 이 책의 판권을 샀는데, 영국의 20~30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런던 도서전을 앞두고 다른 나라에서도 계속 계약 제의가 들어와 판권 계약 나라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은 기분 부전 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하는 상태)와 불안 장애를 가진 지은이가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한 내용을 엮어 쓴 책이다. 지은이는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쓴다거나 외모 강박증 등과 같은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일상의 고민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와 대화를 나누고, 심리 상담을 통해 우울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을 출간한 김상흔 흔출판사 대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에세이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고,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고민이 누구나 가진 보편적인 고민인데다 정신과 전문의가 일종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니 국적과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이 책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권에서 ‘떡볶이’를 ‘tteokbokki’로 쓰는 등 모든 나라에서 우리말을 제목에서 그대로 다 썼다”며 “‘죽고 싶지만 무엇은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의미가 잘 전달되는 것도 책이 잘 팔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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