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에 실린 ‘생명의 나무’ 그림. 오른쪽 하단으로 뻗은 줄기가 진핵생물인데, 동물은 가장 끝 쪽 ‘후편모생물’에서 나온 가느다란 가지일 뿐이다. 네이처 갈무리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로봇과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기술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쳐올 가능성 정도가 간혹 거기에 포함될 뿐, 생물의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상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자연 바깥’에 있다고, 손쉽게 생각해버립니다.
생태학자 롭 던의 <미래의 자연사>(까치)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충격적인 세계를 열어 보입니다. 열대 우림에서 딱정벌레 군집을 연구한 곤충학자 테리 어윈은 한 종류의 나무에서만 무려 1200여종의 딱정벌레들을 발견했습니다. 만약 지구상에 5만여종의 열대 나무가 있다면, 열대 절지동물의 종수는 3000만종에 달할 거랍니다. 인간이 간신히 이름 붙인 절지동물은 고작 100만종에 불과한데도요. 이건 일각에 불과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는 무려 1조종으로 추정됩니다.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박테리오파지의 종은 그 10배나 더 많답니다. 지표면이 아닌 지각에 사는 미생물의 질량은 지구의 살아있는 생물 질량의 최대 20%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그 존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와 뭔 상관이냐고요? 모든 생물은 다른 생물에 의존합니다. 예컨대 인간은 면역 체계 발달과 음식 소화, 특정 비타민 생성, 기생충에 대한 방어 등을 위해 미생물에 의존합니다. 설사 과학기술의 발달로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되더라도, 우리와 공존하는 미생물을 데려갈 수 없다면 우리는 멸종하고 말 겁니다. ‘생명의 나무’에서 척추동물은 그저 작은 새순, 동물은 그 세포 하나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그보다도 더 작습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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