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경기도 접경지역 담당 기자
사람·생태·평화 중심의 500㎞ 답사
생생한 사진·역사·사람 이야기 풍성
“더불어 살아가는 땅으로 기억되길”
사람·생태·평화 중심의 500㎞ 답사
생생한 사진·역사·사람 이야기 풍성
“더불어 살아가는 땅으로 기억되길”
800년 전 바다 건너 황해도 연안군 호암리에서 떠내려온 볼음도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사월의책 제공
백령도에서 화진포까지 500㎞의 이야기
박경만 지음 l 사월의책 l 2만7000원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수많은 지뢰와 가시 철책으로 둘러싸인, 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1953년 7월27일 동족끼리 총구를 겨누던 전쟁이 멈춘 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씩 비무장지대라는 완충지대가 생겼다. 7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지역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은둔의 땅’이 됐지만, 또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 연천·파주·철원 등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 됐다.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는 <한겨레>에서 경기도 접경지역 담당 기자로 15년 동안 일한 박경만 기자가 서해바다 끝 백령도부터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 강원도와 동해안 일대에 이르는 총 500㎞의 구간을 답사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책 맨 앞에 비무장지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보여준 뒤, 지은이는 서해 끝에서 동해까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횡단하며 독자를 이끈다. 책에 수록된 곳곳의 생생한 사진을 보고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독자 역시 답사 현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강화도에서 서북쪽으로 7㎞ 떨어진 볼음도에는 높이 24m, 둘레 8.96m의 은행나무가 있다. 800년 전 바다 건너 황해도 연안군 호암리에서 떠내려온 은행나무를 주민들이 건져 심었다는 이 나무는 사진만 봐도 장엄하고 유구한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또 책에는 떼를 지어 날고 있는 두루미, 들판에서 떨어진 곡식을 먹고 있는 재두루미 무리, 사랑춤을 추고 있는 재두루미 한 쌍의 사진 등 다양한 두루미 사진이 실려 있는데 이러한 생태 사진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지은이는 이처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과 이슈를 간명하게 정리해준다. 또 현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다채로운 생태 이야기도 들려준다. ‘사람·생태 중심의 DMZ 답사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진강에서 사랑춤을 추고 있는 재두루미 한 쌍.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에서는 이런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월의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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