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
알리 아크바르 지음. 이채련 옮김.
조화로운삶 펴냄. 1만800원.
알리 아크바르 지음. 이채련 옮김.
조화로운삶 펴냄. 1만800원.
잠깐독서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거리 생 제르망 데 프레는 뒤 마고, 드 플로르, 프로코프 같은 카페들로 유명한 곳이다. 장 폴 사르트르 이후 지식인과 예술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본거지가 된 이 거리에 이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또 한 사람의 ‘유명인’이 있다. 신문팔이 알리 아크바르(52)가 그 사람이다. 1973년 불법 체류자로 프랑스 땅에 첫 발을 내디딘 뒤 30년 넘게 <르몽드>를 팔고 있는 이 파키스탄 출신 남자는 남들이 취급하지 못하는 특종과 호외를 무기로 이 거리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었다. 그가 외치는 뉴스들을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호외요, 호외! 부시가 이슬람교로 개종했어요!” “특종이오, 특종! <모나리자>가 반 고흐의 작품으로 판명됐습니다!” “에펠탑에 공룡이 나타났어요!” 물론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이 거리의 카페와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그의 기발한 허풍에 웃음으로 맞장구를 쳐 주며 신문값을 지불하곤 한다.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는 이 유쾌한 신문팔이가 쓴 일종의 자서전이다. 가난 때문에 다섯 살 어린 나이부터 돈벌이를 해야 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아 보지 못한 서아시아 출신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생을 스스로 개척해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솔직하고도 감동적으로 전한다. 그러나 “미소와 농담 뒤로, 내 영혼이 얼마나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신문 사는 사람들은 추측하지도 못했다.” 책 제목에 적절히 요약되어 있다시피, 그는 자신을 찾아온 고난과 시련을 웃음으로 되갚을 줄 아는 거리의 현자라 할 법하다. 옮긴이의 소개에 따르면 지금도 그 거리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는데,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신문 대신 자신의 책을 들고 다니며 소리 높이 외친다고 한다: “특종이오, 특종! 알리 아크바르가 공쿠르 상을 받았어요!”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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