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l 1만8000원 계간 <창작과비평>(창비)이 2023년 여름호로 통권 200호를 달성했다. 1980년대 폭압 정권 아래서 7년 동안 발행을 금지당한 때를 제외하면 1966년 창간 이래 50여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다. ‘새로운 25년을 향하여’라는 구호를 내건 이번 200호에서는 장애‧노동‧기술‧농업‧기후‧언론‧정치를 주제로 삼아 해당 분야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특집 인터뷰’를 꾸렸다. 한국사회 ‘대전환’의 길을 찾는 논문들도 실었다. ‘권두 대담’에서는 <창비> 편집주간을 지낸 한기욱 편집고문과 이남주 편집주간이 한국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 나섰다. 한기욱 고문은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주변국 외교를 지혜롭게 풀어야 할 시기에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것이 뼈아프다”며 “노태우정부의 북방외교,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과 6자회담, 노무현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은 모두 강국들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었는데 윤석열정부는 지나치게 한‧미‧일 동맹 결성으로만 기울어져 있다”고 지금의 남북관계와 외교정책에 우려의 말을 쏟아냈다. 이남주 주간은 “현 정부가 퇴행적인 행태를 반복하는 근본 원인에는 촛불혁명으로 높아진 시민 주체성의 변화 요구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말기적 반발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반발을 제압하고 역사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우리의 주체적 역량을 성숙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이기도 한 이남주 주간은 미-중 경쟁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여러 사회적 한계를 들어 중국이 경쟁에서 쉽게 탈락하리라 보는 시각이 많지만, 중국은 장기 경쟁을 견딜 만한 상당한 힘을 갖추고 있다”며 “얼마 전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도 중국의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고 강조했는데. 이런 상황을 균형감 있게 파악해야지 미국에만 매달리면 잘못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기욱 고문은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고 거듭 우려하면서 “그런데도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이 너무 적고 정치권도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남주 주간은 남북관계부터 기후위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며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큰 포부, 어떠한 원(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적인 문제에만 집착하거나, 연대해야 할 세력에 실망해 사태를 비관하며 관망하는 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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