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공간에서 날개를 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김경화 옮김 l 눌민 l 2만6000원 “나는 신경회로적으로는 소위 ‘정형발달인’이라는 다수파에 속하지만, 언어·문화적으로는 소수자로서 미국에서 생활한다. 그런 입장에서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에 공감한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출신 역사사회학자 이케가미 에이코는 이처럼 신경다양성 개념을 강조한다. 자폐증은 통상 뇌의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장애라고 이해된다. 그런데 최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뇌신경 구조에 다양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고 이를 개성으로 존중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것이 신경다양성 개념의 기본적인 주장이다. 저자는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에서 성인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의 아바타들이 나눈 채팅을 스스로 아바타가 되어 참여 관찰했다. 일상을 화제로 서로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채팅을 들여다본 저자는 “지극히 ‘보통’의 대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커뮤니케이션 장애가 자폐증의 핵심이라고 들어왔던 저자는 이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이에 대해 그는 “컴퓨터와 아바타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 과잉으로 인한 부하를 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폐증을 장애가 아닌 개성으로, 자폐 스펙트럼인을 장애인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인을 연기한 배우 박은빈씨가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백상예술대상 티브이부문 대상 수상 소감에서 한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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