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은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표지.
지난 3월 국내에서 출간돼 70일 만에 10만부 판매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윤정은 작가의 ‘힐링 판타지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영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에 10만달러(약 1억3천만원)라는 높은 선인세를 받고 수출됐다. 이 작품의 수출 계약을 이끈 홍순철 비시(BC)에이전시 대표는 “제인 로손이라는 펭귄랜덤하우스 부사장급 에디터가 이 작품의 영미권 계약을 위해 직접 메일을 보내는 등 출판사의 기대가 컸다”며 “영미판에 이어 튀르키예, 이탈리아, 포르투갈, 러시아 등 여러 유럽 지역에서 연달아 연락이 와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문학 수출에서 선인세 10만달러는 적지 않은 규모다. 그동안 한국 작가들은 영미권 진출 자체에 의미를 두고 선인세를 받지 않거나 3천~5천달러(약 400만~650만원) 정도를 받고 영미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인세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최근까지도 영미권 시장에서 선인세 1만~3만달러(약 1300만원~4000만원)만 받아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되곤 했다.
지난해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한 소설 가운데 영미권에서 가장 높은 선인세를 받은 작품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로, 선인세는 7만5000파운드(약 1억2천만원) 규모였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아시아 최초로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바 있어 영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다음으로는 김혜진 작가의 소설 <딸에 대하여>가 3만파운드(약 5000만원)로 뒤를 이었다. 이번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받은 선인세는 권위 있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과 유사한 규모일 만큼 높은 수준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출간한 전승환 북로망스 대표는 “세탁소라는 공간과 마음의 얼룩을 제거해준다는 발상이 국적을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을 읽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층이 20대로 내려가고 스마트폰에서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는 독자들이 늘어 나면서 그런 독자층들이 ‘힐링 판타지 소설’까지도 좋아하는 분위기라 외국 출판사들도 이 작품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