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건강’을 찾아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실험
홍종원 지음 l 잠비 l 1만6800원 이런 의사가 있다. 의대생에게 인기 있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나 ‘격무에 시달리지 않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교적 편한 과’를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신 홀몸노인, 이주노동자, 쪽방촌 사람들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아픈 이들을 만나러 다닌다. <처방전 없음>은 의대 졸업 뒤 돈을 많이 번다는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을 선택하지 않고 동네로 향한 홍종원 의사의 이야기다. 그는 의대에서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의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서울 강북구 번동에 반지하방을 얻고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연대가 건강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방문진료 전문병원 ‘건강의 집 의원’을 연다. 마치 ‘홍반장’처럼 마을 곳곳을 다니며 왕진을 하지만 그 역시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로 삶의 끝자락을 마주하게 될 때를 꼽는다. “임종을 앞두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환자와 여러 회한이 스치는 듯한 보호자를 자주 마주한다. 보호자가 마음을 잘 정리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나는 환자의 상태를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응급실에 갈지, 집에서 계속 모실지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곤 집에 돌아와 언제라도 비상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벨 소리를 최대로 설정하고 잠이 든다고 했다. 읽다 보면 소아과·산부인과 부족, 의대 정원 확충, 존엄사 등 한국 사회 의료 현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등 학창 시절부터 최근까지 틈틈이 써온 글들을 다듬어 묶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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