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1907~1988).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찬규 지음 l 그린비 l 1만5000원 프랑스는 시인의 나라다. 그 자신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곤 했던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브 본푸아(1923~2016)는 보들레르, 말라르메, 베를렌을 ‘땔감’ 삼아 “랭보만을 문제삼는” 평론집을 내놓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별로 읽히지 않거나 잘못 읽히고 있는 랭보가 얼마나 필요하며 또 앞으로도 내내 필요할지를 인식하는 일”의 긴요성 때문이다. 최근 번역 소개된 <우리에게는 랭보가 필요하다>(문학동네)의 정체다. 이에 견주면 르네 샤르(1907~1988)의 존재는 적이 미약하다. 교우했던 폴 엘뤼아르는 물론이거니와 동시대 시인으로 국내 시집도 갖고 있는 프랑시스 퐁주, 자크 프레베르, 앙리 미쇼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하지만 소설가·평론가인 모리스 블랑쇼(1907~2003)가 헌사한 “시의 시”란 말로 가늠되듯 르네 샤르가 새겨진 문학과 철학의 세계를 보면 놀랍다. 대표적으로 미셸 푸코(1926~1984)의 박사학위 논문 <광기와 비이성: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의 서문(“이제 막 속삭이기 시작하는 슬프고도 장한 동료들이여. …당신의 정당한 낯섦을 일구어내라.”), 한나 아렌트(1906~1975)의 말년 저작 <과거와 미래 사이>를 여는 서문(“우리의 유산은 어떤 유서보다 앞선다”)이 샤르의 것이다.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가 2차 세계대전 중 저항군으로 활동하던 때의 모습. 뒷줄 키가 가장 큰 이가 르네 샤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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