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l 생각의힘 l 3만2000원 기술 진보는 우리 모두에게 이득일까. ‘그렇다’는 것이 통념이다. 애덤 스미스는 더 나은 기계 도입은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진다고 했고, 제러미 벤담은 기술 진보가 학교, 공장, 감옥, 병원 등을 더 잘 돌아가게 하고 이것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이 통념에 ‘아니오’를 선언한다. 지난 1000년의 역사에서 그 근거들을 길어 올렸다. “개선된 쟁기 등 중세 이후 농업 기술 발달은 인구의 90%인 농민에게 거의 아무런 이득을 주지 않았다.” “영국 산업혁명 초기 직물 공장은 소수에게 막대한 부를 창출해줬지만 노동자들의 소득은 100년 가까이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 몇십 년 새 컴퓨터의 놀라운 발달로 소수의 사업가가 지극히 부유해지는 동안, 많은 이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왜 이런 결과들이 초래됐을까. 기술 혁신은 늘 있었는데, 무엇이 누구에 의해 달성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늘 권력을 쥔 이들이 내렸다. 소수인 권력자와 엘리트들은 스스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비전을 설정했고, 그 비전 실현을 위해 공동의 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워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저자들은 △노동자의 조직화와 시민사회의 행동 등 ‘길항 권력’ 일구기 △권력자와 이들과 연합한 황색 저널리즘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탄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규범을 바꾸기 △정책 대안 만들기 등을 통해 “기술의 경로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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