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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창간 30돌 ‘황해문화’ “다중재난 시대에 정의로운 전환의 길 찾자” [책&생각]

등록 2023-07-07 05:00수정 2023-07-07 10:38

8일 인하대에서 기념 심포지엄
김명인 <황해문화> 편집주간
김명인 <황해문화> 편집주간

계간 <황해문화>(새얼문화재단 발행)가 창간 30돌을 맞아 가을호로 통권 120호를 발간한다. 1993년 출발한 <황해문화>는 황해(서해)에 맞닿은 인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계간지의 특성을 살려 ‘전 지구적 시각, 지역적 실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후 30여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발행되며 한국 사회의 비판적 공론장을 대변하는 잡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발언의 기회가 적은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론으로 대변해 왔다.

<황해문화>는 120호 발간을 앞두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다중 재난 시대의 새로운 길 찾기’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다중 재난’을 우리 시대 위기의 특성으로 규정하고 그 해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제시하는 심포지엄이다. <황해문화>는 심포지엄 기획 취지를 설명하는 글에서 “위기라는 익숙해진 말로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절박하고 다면적인 재난의 먹구름이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뒤덮고 있다”며 지금의 형국을 ‘다중 재난’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보건적 재난, 전 지구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로 대표되는 사회적 재난, 비정규직·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자·탈북민·난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불안전 재난을 포괄하는 말이 ‘다중 재난’이다. <황해문화>는 “이런 재난은 누구에게나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아니며, 이 재난들을 다중적 재난으로 인식하려면 그 재난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어야 하는 민중의 관점에서 사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해문화>가 내놓은 또 다른 열쇠말 ‘정의로운 전환’은 “다중 재난을 몸으로 겪으면서 그 재난에 맞서고 있는 민중의 관점에서 재난들을 인식하고 그 재난들을 진보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중적이고 다면적인 노력의 방향”을 가리킨다. <황해문화>는 ‘정의로운 전환’의 한 방안으로 ‘돌봄의 확장’을 제안했다. 돌봄을 약자에게 필요한 서비스 활동을 넘어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핵심 활동으로 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서 사회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며,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지속적으로 돌봐야 한다.” 동시에 <황해문화>는 돌봄을 자연 생태계의 온전한 재생산에 꼭 필요한 활동으로 보자는 제안도 했다. “자연과 인간, 주체와 객체, 공공성과 사유성, 국민대 비국민, 남성과 여성같이 대립적이고 경쟁적인 범주에 의거하여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문명”을 바꾸는 데 돌봄 개념이 길을 열어줄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심포지엄은 이런 기조에 맞춰 8일 오전 9시30분부터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다중 재난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1부 세션에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홍덕화 충북대 교수(‘기후 위기, 수출과 성장 너머의 사회로 가는 길을 묻다’), 백승욱 중앙대 교수(‘전쟁과 폭력: 얄타 체제 해체 이후 위기의 세계’),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디지털 자본주의와 노동: 그 성격, 의미, 건강 그리고 정동’)가 발표한다. 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2부 세션에서는 이광일 <황해문화> 편집위원의 사회로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반폭력으로서 돌봄 정치’), 장석준 출판&연구공동체 산현재 기획위원(‘자본주의를 넘어’),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기후정의운동: 존엄한 삶을 향한 ‘을들’의 집합적 힘’)가 발표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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