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검수 작업을 거치고 있는 미 달러화. 연합뉴스
금융자본주의인가 산업자본주의인가
마이클 허드슨 지음, 조행복 옮김 l 아카넷 l 3만2000원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외교 안보와 경제 산업뿐만 아니라 기술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전선을 넓히며 주변국에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가치 외교’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친미 급선회로 지정학적 파열음이 거세지는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실상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의 경제 분석가를 거쳐 대학에서 경제사를 연구해 온 마이클 허드슨 미국 미주리-캔자스시티대 명예교수는 <문명의 운명>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금융자본주의가 어떻게 상위 1%를 제외한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착취하고 있는지 그 작동 원리를 파헤친다. 돈의 흐름을 쫓으며 금융 경제의 작동 원리를 깊숙이 체감했기에 가능한 통찰이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금융자본주의 핵심은 ‘부채 디플레이션’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사유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 대출은 실물 경제 주체가 노동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자본주의의 ‘지대’, 금리의 아성을 공고하게 구축했다. 또한 의료·교육·돌봄 등 응당 공공이 감내해야 할 필수 영역을 민영화로 내몰아, 경제 주체들이 자립을 하기도 전부터 금융자본주의에 포획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중세 봉건제가 무너진 뒤 유럽을 지배한 지주 귀족들이 어떻게 금융계의 선두 주자로 변모했는지 ‘경제사’를 가미한 고증을 통해 설득력을 획득한다. 지은이가 지적하듯 “미국이 때로 폭력이 동반된 적극적인 외교 정책으로 타국에 부채와 무역 의존을 밀어붙이는 것이 오늘날 신냉전의 본질”이다. 위태로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지침서가 필요한 분들은 여름 휴가 기간 도전해 볼 만하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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