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나와 지구를 지키는 희망의 약속
브라이언 케이트먼 지음, 김광수 옮김 l 애플북스 l 2만2000원 임신용 금속 우리에 갇힌 돼지, 고통스러운 절단과 거세를 견뎌야 하는 소, 빠른 성장을 위해 약물을 투입하고 잘 걷지도 못하는 닭…. <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의 저자 브라이언 케이트먼은 공장식 축산의 민낯을 고발한 책들을 읽고 충격을 받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쉽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방해물이 많아서다. 채소 버거는 구하기 힘들었지만, 싸고 맛있는 육류 음식은 곳곳에 있었다. 또 휴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이면 가족과 친구들은 육류 음식을 차려놓고 파티를 했다. 완전채식이라는 목적지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그는 여전히 육류 소비를 줄이려 노력했다. 또 산업용 축산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대안을 찾으려고 했다. 채식주의자들은 그와 같은 사람을 ‘세미-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이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그는 보다 적확한 용어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용어가 ‘리듀스테리언’이다. 리듀스(reduce, 줄이다)와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합쳐 만들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영리단체 ‘리듀스테리언재단’을 만들어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연구했다. 이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육류를 완전히 끊으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육류 섭취를 줄이라고 권했을 때 사람들의 육류 섭취량이 7~10% 정도 줄었다. 책은 인류가 언제부터 육류 섭취를 시작했는지, 어떻게 육류가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 됐는지 다룬다. 또 공장형 축산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 방목이나 식물성 육류, 세포배양육 등을 제시하고, 각각의 대안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두루 짚는다. 그러면서 채식주의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채식’을 이상화하고 다른 대안들을 적대시하는 태도의 문제점을 짚는다. 변화를 위해 싸우자고 마음먹었다면 어떤 경로를 선택했든 공장식 축산을 막자는 목표 아래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한판 승부가 아니다. 사회가 변하고 구조가 바뀌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고 새로운 규범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첫발이 중요한데, 지은이가 제시한 ‘육류 섭취 줄이기’는 매우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다가온다. 책을 읽고 나면 당장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라도 동참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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