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현재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에드워드윌슨생물다양성재단의 웹 지도. 누리집 갈무리
덴마크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는
<나는 지구가 아프다>(이음)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골칫덩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인류세’의 비극을 이야기합니다. 존재 그 자체로 지구를 아프게 만드는 죄 많은 인간의 운명은, 최근 ‘비인간’ 담론을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다루는 책들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 테마입니다.
‘통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1929~2021)은 말년에 “지구의 절반을 우리 인간 외에 다른 생물들에게 양보하자”는 ‘지구의 절반’(Half Earth)이란 운동을 폈습니다. 지구의 50%를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도록 해,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대멸종’을 막자는 주장입니다. 북반구 중심의 그린 뉴딜을 비판하는 맥스 아일은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두번째테제)에서 ‘지구의 절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부유한 세계는 이렇게 전환된 지역을 아름다운 사파리로 조성한 뒤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 밖의 수많은 인간은 절반으로 줄어든 세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류세를 만든 책임은 인류 ‘전체’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여태껏 인류세를 만들어온 방식 그대로 모두가 나눠 갖는다면, 그 세계는 여전히 인류세의 비극 속에서 신음하고 있게 될 것입니다. 지구의 절반을 다른 생물들에게 양보하겠다는 결정은 인류가 나머지 절반의 지구를 어떻게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만들 것이냐는 결정과 필연적으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지구의 절반이 여전히 식민지라면, 나머지 절반 역시 식민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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