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숙 지음 l 문학동네 l 1만8000원 “흔해빠진 사람들의 흔해빠진 이야기”를 소중히 듣고 기록해온 작가 최현숙(66)이 처음으로 자신의 생애사를 정면으로 마주 본 기록을 내놨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구술생애사 작업으로 타인의 생애와 상처를 듣고 가늠하고 기록하는 동안 당연하게도 내 생애와 상처를 자주 뒤적거리게 되었고, 그 김에 (본인의 삶에 대한) 추적과 해석”을 오롯이 담아낸 산문집이다. “십대와 이십대 시절의 무저갱(한번 떨어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바닥이 없는 구렁텅이)에서 직립해 걸어 나오며 얻은 힘줄로, 세상의 갖은 ‘정상’ 타령과 불안과 혐오, 소문과 속임수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1부 ‘혼돈과 어둠 속에서’는 칠십 줄을 앞두고서야 “나와 가족을 타협 없이 직면 ”하면서 조금씩 해명되기 시작한 성장기를 돌아본 다. “ 나는 도둑년이었 ” ( 도벽증 )고 , “ 냄새나는 존재 ” ( 액취증 )여서 느꼈던 모멸감과 수치심 , 가 족 내 갈등과 폭력의 기억 , 엄마 의 죽음 이후 남매들과 절연 까지 “ 살과 뼈를 발라 내놓 ” 은 뒤 마침내 자유와 해방을 얻는 통찰이 외려 호쾌하다 . 2부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비혼 1인가구 여성으로 노쇠해가는 몸과 정신을 마주하고 주변의 죽음을 관찰하며 써내려간 글들을 묶었다. 무너지는 몸 곳곳의 통증과 여전히 생동하는 노인의 섹슈얼리티는 누구나 겪을 법한 삶의 애상이다. 3부 ‘희망 없이, 하염없이’에는 홈리스 인권 활동가로서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담았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 사람들의 긍지를 보며 “더 추락해도 그럭저럭 살아지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작가는 “이제야 어리고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심리적으로 연결해서 이해하고, 하여 나를 수긍한다”고 말한다. 그 비결은 자신을 꾸밈없이 응시하고 들춰내는 힘, 나아가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힘이다. 진솔한 성찰에서 발원한 그 힘은 “수긍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었던 자신과의 화해와 치유를 거쳐, “타인들도 개인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로” 포용하는 연대로 나아간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