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마렵다 안 마렵다 하던 아이
결국 벌어지고 만 불상사
누구나 그렇다며 감싸주는 어른들
결국 벌어지고 만 불상사
누구나 그렇다며 감싸주는 어른들
알레산드라 레케나 글, 길례르미 카르스텐 그림, 김여진 옮김 l 다봄 l 1만5000원 팬티에 똥 한번 안 싸 본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요! 어렸을 때는 왜 그리 똥이 마려웠다 안 마려웠다 하는지 알 수 없다. 가족과 휴가를 떠난 아이 마크도 그랬다. 시원한 수영장에 ‘풍덩’ 들어가기만 하면, 마크에게 신호가 왔다. “아빠, 나 똥!” 마크는 아빠와 함께 화장실로 가기 위해 숙소의 168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식은땀이 맺히고 숨이 헉헉 차오르며 방으로 돌아갔지만 변기 위에서 마크는 말한다. “똥이 안 나와요.” 오르락내리락을 몇차례 반복하자 아빠는 말한다. “아빠 좀 살려주라. 조금만 참아 보자, 응?” “나 진짜 똥 쌀 것 같아!” “아니! 이번에도 아닐 거야.” 아이와 실랑이가 끝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수영했답니다”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화들짝 놀라 수영장 밖으로 나오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빠, 나 똥!>은 어느 가족의 휴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은 동화책이다. 즐거운 수영 시간을 망친 아이를 향해 모두가 짜증난 눈길을 보낼 만도 하지만, “예전에 저도 수영장 안에서 똥 싼 적 있어요”라고 어른들이 나선다. 어른들은 되레 나도 그런 적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하나둘 털어놓고 당황하고 놀란 아이를 감싼다. 공공장소에서 규칙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건 아이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칠레 출신 초등학교 선생님인 알레산드라 레케나 작가가 쓰고, 브라질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길례르미 카르스텐이 그림을 그렸다.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김여진 작가가 옮겼다. 퇴근 뒤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쳤는데 처음엔 그림에 빠지더니, “아빠, 나 똥!” 하는 장면에서 연거푸 ‘빵’ 터졌다. 잠자리에 누우면 불쑥 “아빠 나 응가 마려”라고 말하던 아이에게 ‘똥’만큼 공감을 일으키고 재미난 이야기는 없으니까.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한 사람을 만나면 “팬티에 똥 한번 안 싸 본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요!”라고 일러줄 수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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