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14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을 구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거듭된 출판문화정책의 파행 실태를 제기하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해임을 24일 촉구했다.
박보균 장관은 이날 앞서 출협이 주최해온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을 지난 5년 동안 한번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실정법 위반 여부에 따라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중’ 의혹을 제기하며 “한심한 탈선 행태” “치명적인 도덕적 재정적 탈선이 의심되는 부분” 등이란 수사를 여과 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문체부 산하기관으로 해당 사업을 감독해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을 두고 “출협과의 묵시적 담합, 이권 카르텔적 요인이 작동했는지를 추적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출협은 “2018~19년에는 수익금 상세 내역 제출 요청을 받은 적이 없”이 “문체부가 원하는 바에 따라, 공개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해왔다”며 박 장관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십수년간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하여 문체부 담당관과 출판진흥원의 승인 없이 정산을 마친 적이 한 번도 없고 △지난해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이 수익금 통장내역을 처음 요구했으며 △지난주 문체부 감사실의 출협 방문 감사 시에는 아예 관련된 모든 통장 자체를 공개했다는 게 핵심이다.
박 장관이 출협의 위반사항으로 추가 제기한 “국제도서전 수익금의 초과 이익 국고 반납 의무’”도 “법에 있지 않은 내용”으로, 문체부가 그간 “(의무로) 부과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경비 지출과 달리 수익금은 보조금법이나 국고보조금 운영관리지침, 기재부의 보조사업 정산보고서 작성지침 그 어디에서도 ‘수익금 상세 내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출협은 “이런 상태에서 문체부는 쏙 빠진 채 ‘이권 카르텔’이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며 “출협이 카르텔을 형성했다면, 문체부와 카르텔이 만들어져 왔다고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7억7천만원 정도”(문체부는 “10억원 내외”로 설명했음)의 국고보조금과 출협 자부담, 도서전 참가사의 참가비 등 전체 40억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 연례 국제행사다. 정부 보조금의 ‘경비’ 사용처 세부내역 보고가 핵심이되, ‘수익금’ 내역은 관행상 보고 감독되었다고 출협은 말한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출협은 박 장관을 반박한 데서 그치지 않고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례 없는 출판 불황 상황에서 대책 없이 주무 장관이 △<세종도서> 선정의 공정성 의혹 제기 △출판진흥원과 한국문학번역원의 감사 착수 등으로 갈등, 불신, 행정공백 등을 야기한다는 비판이다.
출협은 “압력을 못이긴 출판진흥원장은 장관에게 사표를 냈다. 한국문학번역원장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지난 정권 시기에 임명된 인사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내에도 수백억씩 묶여있고 낭비되고 있는 예산은 보지도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협 설명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해 말 민관추천위에서 추천된 출판진흥원 이사 및 감사 후보 10명 모두를 부적격자로 임명 거부한 이래 아직도 공석으로 두고 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반박문을 통해 “한 나라의 출판문화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자신의 명령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표적 감사에서 의혹이 있다는 정도로 서울국제도서전을 망가뜨리려고 시도하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이 무능하고 시대에 뒤처지고, 대결적 사고에 빠진 박보균 장관을 하루빨리 해임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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