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슈바이처 지음, 강해근·나진규·장견실 옮김 l 풍월당 l 6만8000원 슈바이처 박사는 아프리카에서 펼친 의료 봉사 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로 먼저 기억된다. 그러나 그가 의사가 되기 전에 신학과 철학 두 부문에서 모두 박사 학위를 받았고 신학 교수이자 목사로 활동했으며, 오르간 연주자로도 명성을 떨쳤다는 사실, 무엇보다 작곡가 바흐에 관한 연구서로 ‘바흐 르네상스’를 선도한 음악학자라는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1875~1965)가 1908년에 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비유하자면, 바흐 관련 서적의 구약성서와도 같은 책이다. 번역본으로 본문만 1300쪽에 가까운 이 두툼한 책을 20여년에 걸쳐 번역해 온 옮긴이 강해근이 “우리도 이제 이 책을 갖게 되었다”며 벅찬 감회를 토로할 만하다. 슈바이처가 이 책을 쓴 계기는 그의 오르간 스승인 샤를 마리 비도르가 쓴 머리말에 자세하다. 어느 날 비도르가 바흐 코랄전주곡의 선율 전개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슈바이처는 바흐가 코랄 가사와 음을 일치시키느라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고, 제자의 해석으로 “새로운 바흐를 알게 된” 스승이 슈바이처에게 그 이론을 책으로 써 보라고 권유했다는 것. 평전이라고는 해도 바흐 생애에 관한 서술은 전체 35장 가운데 5개 장에 그칠 정도로 소략하고, 바흐의 모든 작품에 관한 설명과 연주자를 위한 조언 등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흐가 코랄전주곡과 칸타타, 수난곡 등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자연 심상, 동작 등을 각각의 음악적 모티브로 만들어 일관성 있게 활용했다는 주장은 슈바이처 득의의 바흐 해석이자 이 책의 알짬에 해당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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