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아낌없이 주는 한 그루, 참나무의 재발견 [책&생각]

등록 2023-09-01 05:01수정 2023-09-01 10:11

참나무라는 우주
경이로운 한 그루, 참나무를 정원에 심으면 일어나는 일
더글라스 탈라미 지음, 김숲 옮김 l 가지 l 2만5000원

참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대표 수종이다. 복잡하게 뻗은 구조로 흙을 붙들어 맨 뿌리 부위는 미생물과 균류의 보금자리다. 도토리 열매는 수많은 곤충과 새, 작은 초식동물, 상위 포식동물까지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뭇 생명의 근원 식량이다. 분해 속도가 느린 낙엽은 토양과 미생물, 땅속 곤충들의 안락한 서식처로 맞춤하다. 목재는 밀도가 높아 건축자재와 땔감으로도 쓰임새가 훌륭하다. 생태계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그 구실이 없으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 ‘쐐기돌 식물’ 중에서도 참나무는 으뜸이다.

미국 곤충학자이자 야생동물 생태학자가 참나무의 특별함을 재발견하고 놀라운 “생태계 서비스” 능력에 매혹됐다. 산책길에 주운 갈참나무 도토리 몇 개를 집에 가져와 심은 게 계기였다. 18년 뒤에는 키 14m, 몸통 둘레 1.2m의 우람한 나무로 자랐다. 지은이는 ‘경이로운 한 그루, 참나무를 정원에 심으면 일어나는 일’(책의 부제)을 꼼꼼히 관찰하고, 그 생태적 시간에 담긴 “작고도 무한한 우주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어느 해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한 해의 생태 주기를 월별로 기록했다.

곤충의 75%는 단 몇 가지 식물만 먹는데, 지은이 거주 지역의 참나무가 끌어들이는 나방·나비류만 511종으로 다른 수종을 압도했다. 6천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해 평균 900년을 사는 긴 수명이 주변 생물과의 공진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몫을 한다. 파랑어치, 도토리밤바구미, 호리병벌, 긴꼬리 귀뚜라미, 황금솔새 등 책에 언급된 동·식물 목록만 거의 300개다. 나무와 열매, 애벌레들을 가까이서 본 컬러 사진들도 흥미롭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1.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아메리칸 파이’는 윤석열의 미래를 예언했을까 2.

‘아메리칸 파이’는 윤석열의 미래를 예언했을까

봉준호 “25년 감독 인생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 담았다” 3.

봉준호 “25년 감독 인생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 담았다”

‘오징어게임2’ 영희 교체설에 제작진 “사실은…바뀌지 않았죠” 4.

‘오징어게임2’ 영희 교체설에 제작진 “사실은…바뀌지 않았죠”

현대미술품으로 탈바꿈한 돌덩이 미륵불 5.

현대미술품으로 탈바꿈한 돌덩이 미륵불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