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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사랑의 개신교인이 혐오의 대명사가 되어버리다니

등록 2023-09-08 05:01수정 2023-09-08 10:47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해 7월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해 7월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
사랑이 혐오를 이겨 온 10년
뉴스앤조이 기획, 구권효·나수진 지음 l 한티재 l 1만6000원

“크리스천들은 보통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다면 누구랑 같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잖아요. 근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선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를 마치 보수 기독교의 적처럼 대하니까.”

2020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고, 기독교인 정체성이 강한 홀릭(활동명)에게 보수 개신교인들의 퀴어문화축제 방해 행위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기독교는 사랑과 포용의 종교인데, 상당수의 보수 개신교인들은 성소수자들을 포용이 아닌 혐오로 대하고 있다.

개신교 독립언론 ‘뉴스앤조이’의 취재기자인 지은이들은 “혐오 세력의 절대다수가 개신교인인 상황이니, 지난 10년간의 방해 행위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6월 관련 기획기사를 보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묶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다. 성별 이분법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억눌려온 성소수자들이 이날 하루만큼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고,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의 의미를, 이 축제는 지니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2009년 대구, 2017년 부산·제주, 2018년 인천·광주·전주, 2019년 경남, 2021년 춘천 등으로 확대됐다.

보수 개신교인들의 축제 방해는 2014년 6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제15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때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는 (두 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추모 공연을 가장해 진행됐다.” 지은이들은 “상식 이하의 파렴치한 행동이었지만 (방해를 한 이들은)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시기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는 축제 행진 차량 앞에 압정을 깔아놓고, 행진을 따라가며 혐오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훼방을 놓았다. 이후 또 다른 퀴어문화축제들에서 일부 방해자들이 축제 참가자들을 ‘도촬’해 성소수자들을 ‘아웃팅’시켜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이어졌다. 책에서는 이처럼 지난 10년의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를 시기별·지역별로 톺아본다.

보수 개신교인들이 퀴어문화축제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이유에 대해 책에서는 “무지를 넘어선 편견과 혐오”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동성애가 취향도 질병도 아니라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수십 년 전에 결론이 났다”고 짚는다. 이어 지은이들은 “개신교의 중심 사상이 ‘사랑’이지만, 정작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은 ‘혐오’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며 정체성의 모순을 지적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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