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독립과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폴리나 브렌 지음, 홍한별 옮김 l 니케북스 l 2만4000원 1928년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23층짜리 여성 전용 레지던트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 바비즌. 19세기 프랑스 예술 사조인 바르비종(Barbizon)파에서 이름을 따왔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재건의 붐이 일던 1920년대, 미국 전역에서 젊고 야망에 찬 여성들이 꿈을 좇아 뉴욕으로 몰려들었다. 1920년 미국 의회가 여성 투표권을 인정한 직후였다. 바야흐로 ‘신여성’의 시대였다. 바비즌 호텔은 처음부터 ‘여성’과 ‘독립’을 결합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 바비즌은 예술가, 작가, 배우, 음악가, 패션모델, 비서, 사업가 같은 전문직을 꿈꾸는 고학력 여성들의 생활과 사교 공간이자 ‘커리어 우먼’의 욕망을 실현하는 해방의 베이스캠프였다. ‘호텔 바비즌’은 이 호텔이 처음 지어질 때부터 2007년 부호들이 사는 고풍스런 콘도미니엄으로 재개장하기까지 80년을 재구성한 사회사이자 문화사이다. 바비즌은 스쿼시 코트와 수영장, 예술 스튜디오, 최신 베스트셀러가 있는 도서실을 갖췄다. 매달 열리는 연극, 콘서트, 강연도 홍보했다. 개장 이듬해인 1929년 대공황이 닥치자, 소박한 객실의 경제성과 사회적 네트워킹의 기회를 강조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1960년대 전성기까지 이곳을 거쳐 간 여성이 35만명이 넘었다. 그중엔 작가 실비아 플라스, 뒷날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 여성 잡지 ‘마드무아젤’의 뛰어난 객원 편집자들도 있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여성 전용 레지던트 호텔로 문을 연 바비즌 호텔의 정문. 니케북스 제공
뒷날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호텔 바비즌에 머물던 시절 잡지를 읽는 모습. 니케북스 제공
1943년 미국 배우 리타 헤이워스(왼쪽 두번째)가 영화 ‘커버 걸’에서 맡은 배역을 연습하던 중 현역 댄서들과 포즈를 취했다. 니케북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