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l 추수밭 l 2만원 간밤에 꾼 꿈이 생생히 기억에 남아 왜 이런 괴상한 꿈을 꾸게 됐는지 고민한 경험이 있다면 시간을 들여 볼 만한 책이 나왔다. 각각 생화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뒤 꿈이라는 주제를 천착한 두 연구자가 펴낸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지은이들은 장자의 ‘호접몽’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까지, 인류가 지금껏 상상의 영역에 남겨두었던 ‘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대중서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야심찬 기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들은 먼저 꿈을 ‘연구’하는 것의 어려움을 공감케 함으로써 독자들을 수면 신경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생각해 보면, 연구자들이 실험 대상자의 의식과 무의식, 꿈 자체를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에서, 꿈의 연구란 짙은 안개 속을 손 더듬어가며 걷는 여정과 비슷해 보인다. 그나마 실험 대상자의 꿈 보고서라는 간접 체험이 있을 수 있지만, 꿈 자체를 증언하지 못하는 아기는 꿈을 꾸는 것일까? 잠을 자다 짖거나 달리는 강아지는? 그러나 집요한 과학자들은 수면의 패턴을 3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마다 우리의 뇌 가운데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하고, 각 단계별 수면에 빠진 피실험자를 깨워내 인지기능을 테스트하는 등의 온갖 실험 방법을 고안해 꿈의 세계 속으로 조금씩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이를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렘수면 상태에 우리 뇌는 일상적인 의식의 지배 하에는 수행하지 않던 기억들 간의 약한 연결고리를 탐색해 뇌 속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좋은 꿈 꿔’라는 달달한 인사가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공감하게 될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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