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사람들의 분노에 쉽게 불을 지핍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지위를 물려주고 때론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학교는 단지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로 나뉘어,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확산하는 주범처럼 취급되곤 합니다.
최근 출간된 미국 사회학자 더글러스 다우니의 ‘학교의 재발견’(동아시아)은 이런 통념에 일침을 가합니다. 학교가 불평등의 주범이란 시각은 미국에서도 주류 담론입니다. 이에 지은이는 “학교는 불평등을 만드는 주범이라기보다는 불평등한 현실을 반영할 뿐이며, 불평등을 더 심화하기보다 취약한 아이들의 불리함을 보완하여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은이는 단지 학교끼리 학업성취도 격차를 비교해 ‘격차가 이렇게 크다’고 말하는 기존의 연구 방법을 거부함으로써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한 시점만 반영하는 성취도보다 일정 기간 동안의 향상을 보는 ‘성장률’, 나아가 입학 전 성장률과 입학 뒤 성장률의 차이를 보는 ‘영향력’ 등을 비교해보니, 좋은 학교냐 나쁜 학교냐 구분엔 별 의미가 없었다는 거죠. 여름방학 기간보다 학기 중에 격차가 줄어드는 등 학교는 오히려 ‘평등 촉진자’ 구실을 한다고도 말합니다.
격차가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격차가 결국 ‘학교 밖’에서 왔다는 사실입니다. ‘학교 밖’의 저 큰 불평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너무도 안일하게 학교라는 이름의 허수아비를 때리며 되레 그 가능성을 짓밟아온 것은 아닐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