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l 한겨레출판 l 2만5000원 “마치 그녀 몸의 분자 하나하나가 모두 그 순간의 우리에게 맞춰져 우리와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였다.” 이탈리아 밀라노 비욘세 콘서트 현장에서 8만명의 관객 중 비욘세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미국의 철학자이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이렇게 감각했다. 지은이는 애초 대중가요 콘서트는 그저 손쉬운 쾌락이거나 단조롭고 직설적인 기쁨을 주는 ‘이지 뷰티’(쉬운 아름다움)일 거라고 치부했었다. 그러나 콘서트 현장에서 기분이 좋아져 계속 소리를 지르는 ‘비욘세 경험’을 한 지은이는 “그동안 나는 여러 겹의 우월의식, 이론을 사용해 자존심이라는 작은 집을 짓고 그 안에만 안전하게 머물렀다. 구경꾼이었던 나 자신의 나약함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지은이는 “내 삶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친구인 두 남자가 술집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욕을 당하는 장애인이기도 하다. 그는 희귀질환인 천골무형성증을 지니고 태어났다. “당신과 똑같은 아이가 태어난다면요?” 산부인과 의사의 이러한 정확한 근거는 없는 임신 반대에 대해 지은이는 “주체성의 너무 많은 부분을 빼앗긴 느낌”을 받았지만, 아들을 낳았다. 지은이는 엄마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남편에게 어린 아들의 양육을 맡기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데 애쓴다. 그는 이렇게 장애여성이라면 모성에 더 얽매일 거라는 편견과 ‘쉬운 아름다움’이 내면적이고 복합적인 ‘어려운 아름다움’에 견줘 가치가 떨어질 거라는 생각 등을 전복하며, 자신만의 사유를 전개해나간다. 이 책은 지난해와 올해 연속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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