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자원의 문화사
알렉산드르 옛킨트 지음, 김홍옥 옮김 l 에코리브르 l 3만2000원 “리바이어던은 친환경적으로 변하거나 아니면 자폭해야 한다. 나머지는 가이아에게 달려 있다.” 기후위기를 “재앙”으로 표현하는 러시아 출신 역사인류학자인 지은이는 이렇게 강조한다.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개념인 리바이어던은 한 국가 안에서만 그 힘을 발휘할 뿐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 전체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 전지구적 가이아(지구는 자연, 인간, 기타 생명체들로 이뤄진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개념) 앞에서 지역의 리바이어던들은 왜소해 보일 뿐이다. 오늘날보다 ‘사회적 협정’이 절실했던 적은 없었다.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 지은이는 이어 제언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평화 조약이어야 한다. 이 조약은 양측 모두의 희생 없이는 체결되기 어렵다.” “가이아는 인류만큼이나 무수히 많고 사회만큼이나 다원적”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가이아의 일부인 곡물·육류·어류·가죽·설탕·섬유·금속·석탄·석유 등 천연자원의 문화사를 샅샅이 살핀다. 그는 각 천연자원들을 추출하고 가공하고 거래하는 인간과 함께 자연이 정한 규칙에 따라 사회적 제도가 형성되는 등 천연자원들은 저마다 고유한 정치적 특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인간과 자연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에 시민권을 부여하고, 인간의 목소리뿐 아니라 자연의 이야기도 국민투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은이는 “이것은 요원한 유토피아”라고 현실감각을 표출한다. 그런 한편 “하지만 만약 우리가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그곳에 도달할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또 다른 현실감각을 드러낸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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