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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음악가들의 죽음과 죽음을 노래한 음악들 [책&생각]

등록 2023-11-03 05:00수정 2023-11-04 00:04

음악, 죽음을 노래하다
음악미학연구회 지음 l 풍월당 l 1만9000원

모차르트는 의뢰받은 ‘레퀴엠’을 작곡하던 중 곡을 끝내지 못하고 이른 죽음을 맞았다. 이 곡의 ‘나를 구원하소서’는 베토벤과 하이든, 훔멜, 슈베르트, 쇼팽 등 여러 작곡가들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다. 쇼팽의 ‘장송행진곡’은 스탈린과 처칠, 케네디, 대처 등의 장례식을 이끌었다. 놀랍도록 단순한 이 곡에서 비(B)플랫음과 b(비)플랫단조 화성의 집요한 반복은 “관을 운반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걸음걸이” 또는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회귀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비장하고 고통스런 애도”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오희숙 서울대 음악학과 교수를 비롯한 음악미학연구회 회원들의 공저 ‘음악, 죽음을 노래하다’는 음악과 죽음의 관계를 다각도로 다룬다. 죽음을 앞둔 작곡가들의 마지막 날들, 죽음을 주제로 한 곡들, 음악과 죽음의 관계를 다룬 번역 논문들로 책은 이루어졌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윤이상 등의 말년, 쇼팽 ‘장송행진곡’과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알반 베르크 오페라 ‘보체크’ 등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랑 설화를 소재로 한 황호준 오페라 ‘아랑’,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담은 정태봉의 ‘진혼 Ⅱ’처럼 덜 유명한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국가적 장례 음악”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대 그들, 희생자 대 가해자 등의 이분법을 강화하는 식의 음악 수용은 “공유된 보편성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징적 폭력을 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캐나다 음악학자 킵 페글리는 경고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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