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절반의 영적 수도, 예루살렘을 거쳐 간 4000년 세계사
뱅상 르미르 글, 크리스토프 고티에 그림, 장한라 옮김 l 서해문집 l 1만8500원 현재도 전쟁 중인 ‘세계의 화약고’ 중동 한 귀퉁이에 예루살렘이란 도시가 있다. 이곳과 그 주변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성스러운 땅’이어서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3대 종교의 성지인데, 이는 세계에서 유일신 종교를 믿는 거의 대부분의 영적 뿌리가 예루살렘이란 얘기다. 프랑스 역사학자인 저자는 200개 이상 문헌과 자료를 종합해 그런 예루살렘의 장대한 서사시를 써내려간다. 4천년 전 예루살렘 동쪽 올리브산(해발 800m) 꼭대기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올리브나무가 화자가 되어 ‘보고 겪고 관찰한’ 예루살렘에 관한 모든 걸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는 그래픽노블이다. 예루살렘은 4~10월엔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고, 겨울은 혹독하며 눈폭풍이 불고, 여름엔 숨이 막히고, 석회암이 드러난 토양은 비바람에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그런 척박한 땅에 기원전 1900년경 이집트 영향 아래 도시국가가 만들어졌다. 기원전 1000년께 다윗왕이 유일신 종교를 창시하고, 아들 솔로몬이 그 신전을 짓는데(성경 기록), 그 이후 예루살렘의 역사는 이 성전을 절대시하고, 모독하고, 복구하고, 파괴하고, 재건하는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성스러운 곳이다-아니다의 충돌은 물론, 성스럽다는 이들 사이에서도 맥락이 다르기에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스파크가 튄다. 그렇다면 미래는? 저자는 다음 몇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보편적인 수도,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한 박물관 도시, 근본주의자들의 신정 정치 도시, 파괴된 사막, 두 국가 연합(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수도. 전쟁은 예루살렘을 어떤 미래로 데려갈까.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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