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게 되면 과거와 달리 혼자서 오롯이 양육을 떠안는 요즘 엄마들에겐 맘카페는 또 하나의 우군이며 요술방망이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맘카페라는 세계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정지섭 지음 l 사이드웨이 l 1만8000원
‘선동·가짜뉴스·혐오 판치는 엄마들의 공간… 생사람 잡는 맘카페’ ‘글 하나면 동네병원 문닫는다… 맘카페 절대권력 논란’
뉴스 검색창에 ‘맘카페’라는 단어를 넣으면 바로 눈에 보이는 기사 제목들이다. 언론에서 맘카페에 관해 비판적으로 다룰 만큼, 어느 순간부터 맘카페는 사회 문제의 온상이란 취급을 받고 있다. 맘카페에 대한 이러한 무턱댄 돌팔매질이 과연 온당한지, 엄마들의 집단지성으로 운영되는 이 공간에 대해 당신들이 제대로 알고 그런 ‘딱지’를 붙이는지 묻는 책이 나왔다. ‘맘카페라는 세계’는 맘카페라는 대상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다양한 차원에서 살펴보고, 엄마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만든 이 공간이 어쩌다 혐오 대상이 되어버렸는지 차분히 분석한다.
이 책을 쓴 정지섭 작가는 국책은행에서 10년 동안 일하다 전업주부가 됐다. 지역 맘카페 운영자 역할을 5년 정도 한 경험이 있으며,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그는 맘카페를 전면적으로 다룬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증오와 낙인찍기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인데 맘카페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맘카페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극복을 돕기 위해 저자는 먼저 맘카페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엄마가 된 여성들이 왜 맘카페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2023년 현재 네이버에 등록된 맘카페는 약 1만2천개에 달한다. 맘카페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가짜 맘카페’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저자는 비상업적 지역 맘카페에 주목한다. 그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맘카페는 대부분 규정이 굉장히 길고 까다롭다. 규정을 어기면 운영자가 가차 없이 강제탈퇴(강퇴)를 시킨다. 또 회원 등급제를 통해 보상체계를 만들어 서로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고 신뢰라는 자원을 확보한다. 이런 카페들은 이용자 간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회원들 간에는 단단한 유대감이 있다.
카페 운영방식 외에 요즘 엄마들이 놓인 양육 환경도 엄마들이 맘카페에 빠져들게 하는 주요인이다. 과거 대가족 시대와 달리 요즘 엄마들은 오롯이 양육을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 더군다나 2015년 전후로 퍼진 ‘맘충’이란 말로 대표되는 ‘엄마 혐오’ 현상은 엄마들을 더 위축시켰다. 그런 그들에게 맘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은 든든한 우군이 된다. 더군다나 맘카페에 들어가면 궁금한 것을 대부분 검색할 수 있고,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저자는 “맘카페라는 공간에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동시에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 사이에서 소통하고 친교를 쌓으며, ‘엄마라는 역할 너머의’ 어느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엄마들이 맘카페에 빠져든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무조건 맘카페가 ‘선’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맘카페가 가진 유대감과 응집력이 때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무서운 공격성을 띤다는 점, 또 엄마들 스스로 자신들을 ‘약자’로서만 위치시킴으로써 양육에 대한 가치도 함께 폄훼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맘카페 내부자 시선은 물론 외부자 시선으로 두루 살핀 저자의 분석들을 읽고 나면, 맘카페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 역시 우리 사회의 ‘증상’임을 깨닫게 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