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초의 냄새
“그날 마신 와인에서는 죽어가는 곤충 냄새가 났다”로 시작하는 김지연 작가의 새 중편소설. 코로나로 후각을 상실한 K는 후유증이 사라지나 싶더니 곧 나지 않는 냄새, 악취를 맡게 된다. 진원을 알 수 없는 악취가 기억과 감정을 일깨우며 한 사건으로 데려간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9번째. 1만4000원.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누의 자리’ 등으로 여성의 잠식된 목소리를 복원해온 작가 이주혜의 두번째 장편. 남편은 여자 동료를 스토킹하고 딸은 남편과 각별했기에, ‘나’는 오십대 이르러 사실상의 지반을 잃는다. 이 고통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의 일기, 즉 글쓰기를 시작한다.
창비 l 1만6800원.
■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직장 동료끼리의 식사도 일이고 삶이므로, ‘밥’은 태도이고 가치관이므로, 그 소재로 아쿠타가와상(2022년)을 받은 사실도 놀랍지 않다. 한 끼조차 고역인 니타니, 늘 디저트 만들어 먹이길 좋아하는 아시카와 등 저마다 다른 식습관의 한 직장 세 인물이 주인공.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l 문학동네 l 1만4800원.
■ 나는 이래서 글을 쓴다
‘나의 투쟁’으로 국내 알려진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55)의 에세이. 문학론이자 창작론 격인데 ‘왜 쓰는가’가 어떻게, 무엇을 쓰는가를 결정하기 때문. ‘나는 죽을 목숨이기에 글을 쓴다’, ‘나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에 그림을 그린다’는 또 다른 작가들의 말이 화두.
사이연 옮김 l 비트윈 l 1만6000원.
■ 요가
“비루하고 지질하고 역겹기조차 한 자신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꺼내 보이는… 작가”.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카레르(66)에 대한 번역가의 묘사다. 인기 작가가 새 책을 쓰고자 요가 수련에 들어가지만, 거꾸로 잇단 악재에 휘청인다. 번역가 임호경의 말은 카레르가 제 붕괴 과정을 탐구한 방식 자체.
열린책들 l 1만6800원.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 나는 이래서 글을 쓴다
■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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