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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왕도·종교·전쟁…풍부한 시각 자료 곁들인 인문지리지

등록 2023-11-17 05:01수정 2023-11-17 10:01

한국여지승람 1~3
문사철 지음, 배우성·최연식·노영구 감수 l 직지플러스 l 각 권 2만5000원

‘동국여지승람’은 조선 시대 각 지역의 지리와 풍속 등을 적은 인문지리서다. 기획 집단 문사철이 쓴 ‘한국여지승람’은 ‘동국여지승람’의 취지를 잇는다는 뜻을 제목에서부터 내세웠다. 왕도의 시공간, 종교의 시공간, 전쟁의 시공간 세 권으로 나누어 고조선에서 동학농민전쟁까지 한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망라했다.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를 비롯한 대형 역사 기획에 참여해 온 지은이들은 정확하고 유려한 서술과 풍부한 시각 이미지를 결합해 가독성을 높였다.

1권은 고조선의 왕도 추정지인 평양과 랴오허강 서쪽을 비롯해 삼국과 통일신라, 고려의 도읍지를 다룬 1부와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서울)을 집중적으로 다룬 2부로 이루어져 왕도의 역사적·지리적 변천과 유산을 한눈에 보여준다. 시간 순에 따른 서술에 더해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경복궁과 자금성의 비교, 조선 세종 때 경회루에서 열린 궁중 하례 의식에 무슬림들이 초대돼 왕 앞에서 코란을 낭송하던 장면,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나무 위 까치집까지 빠뜨리지 않고 정교하게 담은 그림 ‘동궐도’의 비밀 등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권은 민간신앙에서부터 불교, 유교, 기독교 등 주요 종교의 발생과 전파, 유산 등을 더듬고 정교회와 이슬람, 신종교에 관한 설명을 곁들였다. 3권은 고조선과 한의 전쟁에서 시작해 고구려와 수·당 전쟁, 삼국 통일 전쟁, 고려와 거란 및 몽골의 전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거쳐 동학농민전쟁으로 마무리된다. 우리 역사 최초의 전쟁이라 할 고조선과 한의 전쟁 배경이었던 패수의 위치를 놓고는 크게 네 가지 설이 다투는데, 지은이들은 일단 압록강을 패수로 가정하고 서술을 이어간다. 백제 부흥군과 왜가 연합해서 나당연합군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 백강의 정확한 위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책에는 백제 부흥군의 거점이었던 주류성과 백강의 후보지를 담은 지도와 사진이 실려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전주화약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이가 틀어진 전봉준과 김개남이 1894년 11월 각각 공주와 청주로 진격했다가 패퇴한 일은 동학농민군은 물론 조선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그렇게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동학농민전쟁은 민족 자주 의식을 높이고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한국 근현대사에 깊고 넓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지은이들은 평가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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