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
고광률 연작 소설 l 바람꽃 l 각 권 1만6000원 학구 금기태 선생이 1980년 평주직할시의 배후도시인 소읍 안천에 학교법인 중일학원, 종합대학인 중석대학교를 세웠다. 고광률 작가의 ‘대학’은 이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중편 4편에 단편 6편 연작으로 꿴 소설이다. 그 스스로 30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해온 작가가 대학 내 갖가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열전’ 형식으로 모자이크처럼 그러모았다. 작가의 펜끝은 이 사회에서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교수들에게 향한다. “이 ‘작은 대학’의 식자들은 각자 소속한 조직을 먹이사슬로 삼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 이들은 좌우 없이 “상식과 도리보다 자신들의 우월적 신분과 지위”를 위해 서로의 약점을 잡아 ‘제끼려’ 반목하거나 이용해먹고, 재단 이사장 등 권력에는 한없이 약하지만 제자와 조교 등 약한 자들을 서슴없이 착취하는 이들로 그려진다. 이들의 토양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타내는 데에만 혈안이 된 대학, 그리고 이들을 줄세우고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교육부다. 예컨대 중석대는 ‘새로운 트렌드’에 따른다며 중국 주나라 때 ‘육예’(六藝)를 재해석한 것이라며 ‘식스아츠칼리지’라는 요상한 이름의 학부를 만드는데, 이를 둘러싼 부정부패와 이전투구 등 여러 소동들이 연작의 한 줄기를 이룬다. ‘작가의 말’에서 지은이는 말한다. “자본과 지식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신격화해 세계를 장악하고 그 힘으로 죄락펴락하고 있는데, 이 꼴을 잘 알고 있어 바꿔야 할 ‘책무’가 있는 대학이 비판도, 저항도, 분노도 하지 않는다면 어어, 하는 사이에 그 끝은 쏜살같이 빠르게, 번개같이 갑자기 들이닥칠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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