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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50년 동안 미국을 바꾼 법,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23-12-29 05:00수정 2023-12-29 10:15

타이틀 나인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이래 가장 중요한 법
셰리 보셔트 지음, 노시내 옮김 l 위즈덤하우스 l 2만9000원

‘타이틀 나인’(Title Ⅸ)은 1972년 제정된 미국 교육개정법 제9편이다. 미국 교육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법으로, 여학생 입학과 여자 교원 채용에서 대대적인 개선을 이끌어냈고 특히 여학생들의 학교 스포츠 참여 기회를 넓혀 여성 스포츠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침 타이틀 나인이 제정된 해에 창립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미국 의회에서 타이틀 나인을 통과시킨 일이 브랜드의 디엔에이(DNA) 구축에 역사적 사건이 됐다고 할 정도다. 대학 내 만연했던 성폭력 근절·예방과 성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에도 영향을 미쳤다.

“진전과 좌절의 연대기”로 요약되는 타이틀 나인의 50년 여정을 다룬 책이 나왔다. 미국의 작가 겸 저널리스트 셰리 보셔트는 총 624쪽에 걸쳐 차별에 저항하고 타이틀 나인을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은이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이후 여성 인권에 대한 반발에 맞서 싸우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한다. 역풍은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불었다. 제정 초반인 1976년 한 해에만 타이틀 나인을 약화하려는 법안이 10여 건 이상 제안됐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은 28년 동안 타이틀 나인은 “공격받거나 무시당했다.”

타이틀 나인이 이룬 성과는 미완성이다. 예를 들어 2015~16학년도 미국 고등학교 운동선수의 42%가 여자였지만, 사람 수로 따지면 1972년에 운동선수였던 남자 고등학생의 숫자보다 여전히 적었다. 제정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여자와 남자 교수 비율은 여전히 같지 않다. 지은이는 “가장 극심한 차별 관행을 금지한 이후 학계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남성을 기준으로 구축된 정책 등을 여성 지위 향상의 발목을 잡는 제도화된 장애물로 꼽았다. 그동안 타이틀 나인의 혜택을 주로 백인,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 이성애자 등이 과도하게 가져간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타이틀 나인은 성차별과 다른 형태의 차별이 겹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닌 타이틀 나인의 중요한 한계”(옮긴이)이기도 하다.

이에 지은이는 “타이틀 나인이 치른 모든 전투 하나하나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타이틀 나인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선언하듯 말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2007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첫 발의된 이후 17~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고 있는 한국 상황을 언급하며 “이 책이 한국의 차별금지법 논의와 운동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결국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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