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강한수 지음 l 파람북 l 2만2000원
종교 건축물은 신의 권능과 인간의 신앙심이 만나는 성소다. 건물의 형태와 구조, 공간 배치는 당대의 교리와 철학, 종교적 믿음을 표현한다. 교회의 권위가 왕권에 앞섰던 중세 유럽의 성당들은 웅장한 자태에 첨단 건축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였다.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은 치솟은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석조건물의 위엄이 특색인 유럽 고딕 성당들의 건축공학적 구조와 원리, 신학적 배경, 역사적 의미 등을 담은 책이다. 노트르담 대성당(프랑스), 웨스트민스터 성당(영국), 쾰른 대성당(독일), 밀라노 대성당(이탈리아) 등 손꼽히는 고딕 성당 30곳을 컬러 사진과 도판을 곁들여 보여주며 설명한다. 지은이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현장 경험을 쌓은 뒤 뒤늦게 신학대에 들어가 사제 서품을 받은 현직 신부다. 이번 저작은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2022)의 후속편이다.
고딕 성당은 12세기 프랑스에서 출현해 인접국들로 확산하며 전성기를 맞았다가 15세기 들어 퇴조했다. 고대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이래 수백 년 동안 교회 건물은 신전이 아닌 공회당(바실리카) 형태였다. 이어 10~12세기에 꽃피운 로마네스크 양식이 고딕으로 대체된 것은 더 높은 공간(수직성)과 하중의 감소(경량화)라는 상충한 요구를 실현한 축조 기술 덕분이었다. 수직 하중을 수평으로 분산한 ‘포인티드 아치’, 둥근 천장에 뼈대를 덧댄 ‘리브 그로인 볼트’, 빛의 유입을 막지 않는 외벽 보강재 ‘플라이 버트레스’가 3대 핵심이다. 높이 쌓되 무게를 줄인 고딕 건축술은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한 당대의 스콜라 철학과도 맥락이 닿는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