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의 희망과 절망, 인도
이옥순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3000원
이옥순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3000원
잠깐독서
요즘 언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고 각광받는 외국을 꼽으라면 단연 ‘인도’다. 몇년 전부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일원으로 언급되더니 최근엔 ‘친디아(중국+인도)’ 등으로 불리며 차세대 강대국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인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으나 쉽게 가기 어려운’ 먼나라로 여전히 거리감이 상당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문득 낯설고 의아한 느낌을 준다. 조선과 인도라?
‘남부지방 지보공립보통학교의 한 학생이 지리 시간에 “인도는 조선과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가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무수한 구타를 당했다’(1927년 12월4일치 <동아일보>)
인도 델리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저자는 이 기사에서 학생이 듣지 못한 답을 해주려는 듯, 두 나라 사이에서 ‘식민지’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그리고 일제 치하 조선에서 인도가 요즘보다 훨씬 더 각광받는 나라였다는 사실과 왜 그랬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 근거로 1920~1940년 20년 동안 한글로 간행된 신문과 잡지에 실린 기사와 사설, 기고문 등 글들을 추려내 분석했다. 이 20년 동안 조선에서 <동아> <조선>이 창간됐다 폐간된 반면 인도에서는 ‘깐디’ 주도로 첫 전국 규모 비협력 민족운동이 시작돼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대영제국의 해가 기울어간 시기이다. 동아는 21년에만 150여건의 인도 관련 기사를 냈고, 두 신문의 사설만 54건으로 지난 80년부터 2000년 사이 8건의 7배에 가깝다. 31년 ‘인도-영국’ 협상 때에는 가장 많은 양의 보도를 했다.
저자는 글 속에서 ‘인도가 독립하면 조선도 독립한다’는 기대와 희망의 동질적 시선과 연민이 엇갈리고 있으되, 동질성이 훨씬 깊었다고 진단한다. “약자인 조선의 인도를 통한 말하기는 강제된 침묵에 대항한 은유적 저항이자 문화적 투쟁전략이었다. 이는 조선인의 식민화하지 않는 정신과 내면에 대한 발굴 기록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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