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스웨덴의 삼성가’ 족벌은 같지만…

등록 2006-03-30 20:17수정 2006-03-31 16:43

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의 신화<br>
장승규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1만원
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의 신화
장승규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1만원
에릭슨·사브 등 이끄는 가문 5대 걸친 세습경영했지만
투명경영과 사회환원으로 국민의 존경 한몸에
에릭슨·사브·일렉트로룩스·스카니아 등 세계적 기업 14개를 지배하는 가문. 자회사들이 스톡홀롬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스웨덴 GDP의 30%를 책임지는 유럽 최대의 산업왕국. 한국에서 흔히 ‘스웨덴의 삼성’으로 불리는 ‘발렌베리’의 외형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발렌베리가 150년 동안 5대에 걸쳐 세습 경영을 이어오면서도 사회공헌과 투명경영으로 스웨덴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온 반면, 삼성은 ‘반기업 정서’의 대표 표적으로 몰려있다.

발렌베리가 국내 언론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3년 여름. 장남 재용씨의 탈법적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문제 해법을 고민하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발렌베리의 지주회사 인베스터를 전격 방문한 게 계기였다. 이후 ‘발렌베리 모델’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대항논리로 ‘사회적 대타협’·‘재벌 활용론’을 주창한 ‘대안연대’, 진보 월간지 <말> 등을 통해 진보세력 안에서도 심심찮게 논쟁거리가 됐다. 대안연대는 삼성과 타협(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고용·투자 등 사회적 기여를 강제)을 전제로 한 ‘삼성의 발렌베리화’를 외쳤고, 재벌개혁론자들은 “위장된 재벌논리”라며 맞섰다.

<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의 신화>는 찬반 논쟁에서 한발 비켜 발렌베리의 실체와 성공비밀을 세밀히 추적한 뒤 삼성과의 차이점을 짚는다. 주로 언론지면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거론되던 발렌베리에 대한 국내 첫 분석 보고서인 셈이다. 저자는 사민당이 장기집권한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거대재벌이 사회적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로 적극적 사회환원을 꼽는다. 다른 대기업들이 무거운 세금을 피해 스위스로 옮겨갈 때, 발렌베리는 스웨덴에 남아 부를 일궜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회환원 시스템이다. 자회사의 경영성과가 지주회사를 거쳐 배당을 통해 최종적으로 발렌베리재단으로 모이고, 배당금의 대부분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구조다. 경영권 계승과정에서 편법상속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별 기업은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복잡한 순환출자도 없다. ‘선장이 우선, 그 다음이 배’라는 원칙 아래 발렌베리 후계자와 전문경영인은 동등한 파트너로 경영에 참여한다. 지주회사 인베스터는 투명하게 공개된 이사회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철저하게 지켜진다. 노조는 경영 파트너로 대접받는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총수 1인지배·무노조 경영·‘삼성공화국’ 논란 등으로 비판받는 삼성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물론 발렌베리는 삼성과는 달리 ‘차등주’를 통한 경영권 보장과 세금혜택이라는 반대급부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1932년 첫 집권에 성공한 좌파 사민당이 대기업 국유화 대신 기득권을 인정해주고 국민경제를 위한 상호공존을 택한 결과였다. 이는 ‘재벌 활용론’이 정부와 삼성의 타협을 주장하는 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렌베리를 분석한 저자의 결론은 대안연대식의 타협론과는 결을 달리한다. 삼성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경영권에 앞서 주주 권리보호에 방점을 찍는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황제식 경영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고 유지될 수도 없다. 계열사에 대한 경영참여도 이사회를 통해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 한국의 발렌베리를 꿈꾼다면”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