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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보수는 녹색 색맹”

등록 2006-03-31 18:52

‘시장의 동굴’ 갇혀 시대착오적
진보, 생태에 가치 미래지향적
조명래 교수 보수의 한계 지적
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보수담론과 진보담론의 현 주소를 짚었다. 계간 <환경과생명> 봄 호에서 ‘지속가능한 진보’를 모색하는 특집글을 썼다. 보수의 한계, 진보의 가능성을 구분짓는 핵심개념으로 ‘생태’ 담론을 첫 손에 꼽았다. 녹색가치를 철저히 외면하는 한국 보수담론에는 미래가 없고, 한국 진보담론의 재정립 여부는 녹색가치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올드라이트건 뉴라이트건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시장을 통해야 한다’는 시장자유주의를 절대적으로 신봉한다”고 짚었다. 그리고 그 시대착오성을 크게 비판했다. “뉴라이트 핵심 이론가의 글을 읽어보면, 마치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시장의 역사적·정치경제적 복잡성에 대한 그들의 지적 상상력이 얼마나 얕은지를 보여준다. 그들이 ‘시장의 동굴’에 갇혀 있는 것은 18세기 초 계몽주의자들이 말한 ‘시장의 이상형’을 21세기에도 여전히 순진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보수담론의 더 심각한 문제는 “철저하게 인간 위주의 관점에 의거한다”는 점에 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신·구 보수주의자 모두 19-20세기 자본주의 역사를 뛰어넘었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면 이들이 펼치는 보수담론이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인간에 의한 자연의 지배와 착취 문제에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보수단체들이 새로 출범했지만 창립선언문이나 강령 등 어디에도 인간과 자연의 공존, 생태적 성찰, 녹색 진보 등을 보여주는 언급은 없다. 녹색가치를 근본가치로 주목하고 실천하고 있는 서구 지성계와 비교하면, 녹색에 대해 철저한 색맹인 한국의 보수담론은 그만큼 시대착오적이다.”

이 잣대는 한국 진보담론에도 적용된다. 조 교수는 유연한 진보담론의 출현 가능성을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좋은정책포럼 등 새로운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들의 규합과 출현에서 찾는다. 조 교수는 “진보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빠르게 약화되고 보수세력들의 이념적·정치적 공세가 드세지면서, 진보주의자들이 투쟁이나 실천보다는 반성과 토론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묻는 이들조차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교수는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의 토론문을 길게 인용하면서 “삶의 속살을 포섭 못한 진보담론이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에 대해 진보 지식인들이 여전히 무감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진보담론은 여전히 보수담론에 비해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생태·평화·분권 등의 가치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더 주목할 때, ‘지속가능한 진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를 비롯해 여러 필자들은 <환경과생명> 봄호에서 그 경로의 실마리를 풀었다. ‘환경·고용·복지를 연결하는 사회적 일자리’로 ‘양극화를 넘어 생태적 탈근대화’로 가자는 게 큰 줄기다. 생태 가치를 끌어안는 새로운 진보담론의 체계적 재구성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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