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낸 정창권
최근 몇년새 출판시장에서는 거시적이고 왕조중심적인 역사가 아니라 미시적이고 생활중심적인 역사를 다루는 책들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국문학자들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심성을 담아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소개하는 책들로 독서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역사학자처럼 보이는 국문학자’ 정창권(39)씨도 이런 흐름 한 가운데 있다. 정씨는 소설형식으로 역사를 재구성하는 글쓰기로 지난 2003년 첫 책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을 펴내 이름을 알린 뒤 이후 <향랑, 산유화로 지다>(2004), <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2005)로 해마다 주목받는 미시사적인 역사책을 발표해왔다.
16세기 양반가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보여준 <홀로 벼슬하며…>는 남존여비 사상이 심했던 것은 조선 후기의 모습일뿐, 그 이전에는 오히려 훨씬 부부간의 애정이 애틋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남편의 외도에 시달려 친정으로 갔지만 부모가 받아주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향랑이란 여인의 사건을 통해 17세기 서민층 가족의 생활상을 <향랑 산유화로 지다>도 조선후기 이전에는 처가살이가 보통이었고 남녀가 훨씬 평등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 다음 책 <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는 조선시대 장애인들의 생활을 그리면서 당시 장애인들은 결코 지금처럼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며, 동정을 구할 필요도 없이 모두 어울려 살았다는 것을 알렸다.
정씨는 이처럼 오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옛날 모습을 바로 돌려놓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18세기 제주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 평생 모은 전재산을 털어 제주 전체를 살린 ‘우리 역사 최초의 사회사업가’이자, ‘우리 역사 최고의 여성 상인’ 김만덕의 일대기를 그린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를 펴냈다.
“조선후기 가부장제가 자리잡으면서 당시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인물이 가부장제의 희생자 ‘향랑’이었다면, 그런 상황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긍정적인 인물로 ‘만덕’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12년전 여성사를 공부하면서부터 만덕을 알게됐는데, 지금같은 극단의 자본주의 시대에 대안이 될만한 분이라고 여겨서 ‘언젠가는 쓰리라’고 결심했던 책을 이번에 쓴 거지요.”
김만덕은 화폐속에 들어갈 여성 인물 후보에 늘 꼽히는 위인이다. 설문조사에서는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을 꼽는 비율이 앞서지만, 여성학계에서는 주체적인 의지로 기생이었던 운명을 바꿔 상인이 되고, 온나라에서 칭송받는 업적을 쌓은 만덕이야말로 화폐에 넣어야할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정작 이 김만덕에 대한 성인용 단행본은 정씨의 이번 책이 처음이다. “만덕이야말로 현대 서민여성들이, 특히 학생들이 모델로 삼을만한 분입니다. 그런데도 이분이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사대부 남성 위주, 서울의 ‘경화사족’ 위주로만 생각하는 한국 학자들의 근현대 학풍 때문일겁니다. 우리 역사속에 이런 훌륭한 여성 위인이 있었음에도 여성, 변방인 제주도, 천민에 가까운 서민이란 점 등 3가지 굴레가 만덕에게 씌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정씨는 이 책에서 만덕뿐만 아니라 제주도란 지역에 대해서도 잘못된 인식을 깨고자 한다. 제주도가 결코 변방의 유배지 취급을 받던 땅이 아니며, 오히려 당시 전략적 요충지이자 중요지역으로 임금이 직접 관리에 나설정도였다는 점, 그리고 뛰어난 해운기술을 바탕으로 상업과 교역의 중심이였다는 점, 이런 풍토속에서 거상 김만덕이 나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정씨는 이 책에서 만덕뿐만 아니라 제주도란 지역에 대해서도 잘못된 인식을 깨고자 한다. 제주도가 결코 변방의 유배지 취급을 받던 땅이 아니며, 오히려 당시 전략적 요충지이자 중요지역으로 임금이 직접 관리에 나설정도였다는 점, 그리고 뛰어난 해운기술을 바탕으로 상업과 교역의 중심이였다는 점, 이런 풍토속에서 거상 김만덕이 나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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