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서산대사>
<서산대사>
북쪽 저작권자와 정식 계약을 맺은 북한 소설 두 편이 남쪽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와 <서산대사>가 그것으로 이 작품들은 올 초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북쪽 저작권처와 계약을 통해 남쪽 내 출판권을 넘겨받은 것들이다(<한겨레> 2006년 1월 16일 치 2면과 17면).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자모 역사소설’ 시리즈의 첫 두 권으로 나온 이 작품들은 북한의 대표적인 역사소설들로 꼽힌다.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 기간 중 직접 창작해 공연한 ‘혁명연극’을 원작으로 삼아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피바다> <꽃 파는 처녀> <한 자위단원의 운명>에 버금가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으로 일컬어진다. 각색자 림종상(73)씨는 조류학자인 원병오 박사 부자를 모델로 삼아 쓴 작품으로 남쪽에서도 출간된 바 있는 분단 소재 단편 <쇠찌르레기>(1990)의 작가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보듯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의 거사를 통해 독립에의 염원과 그를 위한 실천을 기린 작품이다.
최명익의 <서산대사>는 북한 역사소설 중에서는 체제의 이데올로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수작으로 평가된다. 평양 출신인 최명익은 본래 황폐한 현대의 징후를 포착한 1930년대 모더니즘의 기수로서 이상에 견주어지기도 했다. 그가 1956년에 출간한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평양성을 지켜낸 서산대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조국을 수호하려는 민중의 투쟁을 묘사한 정통역사소설이다. “지휘관들은 그같이 무능, 무모했건만 우리 군사들은 용감하게 싸웠다.(…)/우리 군사들은, 아니 군사라기보다도 불과 며칠 내외 간에 평양 부근에서 나선 농군들과 시정인들은 말 그대로 결사전을 했던 것이다”(170쪽)와 같은 대목에서는 민중의 자발성과 헌신성에 대한 작가의 굳은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두 권으로 문을 연 ‘자모 역사소설’ 시리즈는 <최무선>(강학태) <주몽>(김호성) <울릉도>(리성덕)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연전에 홍석중씨의 <황진이>로 불을 지핀 북한 역사소설 바람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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