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이지은 지음. 지안 펴냄. 1만5000원
이지은 지음. 지안 펴냄. 1만5000원
잠깐독서
문제> 화장실도, 변기도 없던 시절에 ‘폼생폼사’ 프랑스 귀족들은 어떻게 ‘볼일’을 봤을까?
정답> 의자에 앉아서. 정확히 하자면 그냥 의자가 아니라 ‘뚫린 의자’다. 의자 가운데 그릇을 넣은 일종의 요강이지만, 벨벳 쿠션을 씌우고 세심한 조각까지 새겨넣은 ‘고급품’이다. 베르사유 궁의 방안 한가운데에는 ‘뚫린 의자’ 274개가 있었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주치의들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특별한 레이스로 밑을 닦곤 했다. 18세기 우아한 귀부인들도 이 의자를 애용했다. 다만 혼자 조용히.
이 책은 이처럼 ‘시시콜콜하게’ 16세기 초부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300년 동안 귀족들의 일상을 엿본다. 의자나 테이블 같은 앤틱 가구, 작은 생활소품들이 친절하게 그 시대로의 ‘엿보기’를 안내한다. 등받이 모양이 격식있는 네모에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뀐 의자가 ‘절대왕정에서 로코코 문화로의 이행’을 증언하는 식으로.
프랑스에서 오브제 아트 감정사 학위를 받은 지은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이 남긴 물건은 그들의 생활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은 구경거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먼지 ‘폴폴’ 나는 골동품에 ‘숨’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300여장의 생생한 그림들이다. 지은이는 풍속화 한 귀퉁이 조그맣게 그려진 중국풍 도자기와 초콜릿 주전자로부터, 각각 부르주아지의 ‘중국문화에 대한 동경’과 ‘고급음료의 유행’ 같은 이야기를 끄집어내 독자들에게 당시의 시대상을 실감나게 펼쳐 보인다.
그림 속 ‘숨은 이야기찾기’가 궁금할 이들을 위한 ‘맛보기’ 문제 몇 개. 정말 공주는 수십명의 시종·호위병과 혼숙했을까? 마리 앙투와네트는 아들에게 자위를 가르쳤다고해서 처형당했을까? 왕도 3년에 한번만 목욕했을까? 답은 책속에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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