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생명
글·팀 플래너리. 그림·피터 샤우텐. 이한음 옮김. 지호 펴냄. 3만8000원
글·팀 플래너리. 그림·피터 샤우텐. 이한음 옮김. 지호 펴냄. 3만8000원
공상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신기한 동물 97종
가혹한 환경에 맞서 살아남은 진화의 존재들
가혹한 환경에 맞서 살아남은 진화의 존재들
자기 몸 길이의 두배가 넘는 긴 눈썹을 가진 새. 해발 4.5㎞ 히말라야 산맥에 둥지를 트는 꿩. 사람 엄지손톱 위에 네 마리나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맹꽁이. 30마리가 모여야 달걀 하나 무게가 될만큼 가벼운 새. 150m를 달아다니는 1.5㎏짜리 원숭이…
동물학자 팀 플래너리와 화가 피터 샤우텐의 공동작품인 <경이로운 생명>은 독자들을 ‘이색 동물원’으로 이끈다. 공상 만화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낯설고 신기한 동물 97종이 눈앞에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빛깔·주름·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실제 크기와 꼭 같이 그려낸, 금방이라도 책속에서 튀어 나올듯한 삽화와 함께.
저자는 이 희귀 동물들의 특징·서식지·신비한 감각·짝짓기 행동·먹이·멸종위험·발견시점 따위를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대부분의 종들은 가혹한 환경에 맞서 살아남으려 오랜 세월 진화의 극단을 달려온 존재들이다. 그래서 경이롭다.
인더스강 돌고래는 ‘필요없는’ 눈이 진화과정에서 피부로 덮여버린 경우다. 삶터인 인더스강 물살이 위낙 빨라 잠을 잘 수가 없었고, 강물도 탁해 눈은 무용지물이었다. 독수리앵무는 배설물을 파헤쳐서 씨를 골라먹는 지저분한 녀석이다. 얼굴 주변에 깃털이 나 있다면 식사중 묻은 더러운 오물을 닦아내기가 난감할 터. 때문에 대머리가 됐다. 아프리카에 사는 케이프맹꽁이는 가뭄이 오면 많은 양의 물을 들이킨 뒤 덤불 밑 모래 깊숙이 파고들어가서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들라쿠르랑구르 원숭이는 영장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편에 속하지만 ‘똥배’가 약점이다. 주식이 나뭇잎인데 이를 발효시키기 위해 커다란 위가 필요해서다. 파라과이 사막이 근거지인 풍선개구리는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흡사 포유동물이 싸놓은 똥 덩어리 같이 생겼다. 이 위장술이 통하지 않을땐 풍선처럼 몸을 부풀려 입을 크게 벌리고 비명을 지른다.
과학과 예술의 빼어난 합작물을 만들어낸 플래너리와 샤우텐 ‘콤비’는 이 책으로 2005년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과학부문 상을 받았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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