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한평생 이문영 교수 ‘협력형 통치’ 노작
한국 사상가로부터 행정의 최소조건 탐구 파란만장한 삶을 거쳐온 두 노장학자가 각각 책을 펴냈다. 국내 행정학계의 거두인 이문영(79) 고려대 명예교수(사진 왼쪽)와 국내 일본학계를 대표하는 김영작(65) 국민대 명예교수(사진 오른쪽)가 주인공이다. 이 교수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력을 <협력형 통치-원효·율곡·함석헌·김구를 중심으로>(열린책들 펴냄)에서 집대성했다. 이 교수는 유신정권 때인 73년 정부의 압력으로 대학에서 해직된 뒤, 10여년 동안 형극의 길을 걸었다. 76년 3·1민주구국선언으로 투옥됐고 79년 와이에치(YH) 사건으로 다시 갇힌 몸이 됐다. 80년 5월에는 이른바 김대중내란음모 사건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독재정권에 의해 강단에서 밀려난 옛 시절을 만회라도 하듯 700여쪽에 이르는 <협력형 통치…>에서 한국적 행정학에 대한 자신의 공력을 마음껏 풀어놓았다. 원효·율곡·함석헌·김구 등 한국 사상가들을 ‘행정학적으로 독해’하는 것이 주된 뼈대다. 출판사 쪽은 “저자의 평생의 화두인 ‘행정의 최소 조건’을 탐구하는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라고 소개했다. 동서양 고전을 넘나드는 사유의 깊이는 그가 견뎌낸 세월의 깊이만큼 깊다. 폐암 투병중인 ‘풍운아’ 김영작 교수
후학과 함께 ‘일본학 총서 시리즈’ 펴내 김 교수의 이력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반독재민주화의 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풍운아의 삶’이라 평한다. 김 교수는 일본 유학중이던 60·70년대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 권력 핵심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유신정권 치하에서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져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가 5년여만에 풀려났다. 그러다 5공화국 출범 직후엔 민정당 국책연구소 부소장과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5공화국의 영화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돌연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문에 몰입했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모두 세권이다. <일본은 한국에게 무엇인가>(한울 펴냄) 등의 3권을 ‘일본학 총서 시리즈’로 묶어 냈다. 모두 35명의 일본학 전공자가 함께 글을 썼는데, 대부분 김 교수의 후학들이다. 주변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리스마 넘치는 기질로 학문적 엄밀함을 추구해온” 김 교수의 영향력 아래, 국내 일본학의 현 주소를 총체적으로 짚으려는 야심찬 시도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폐암 판정을 받고 현재 투병중이다. 앞으로 구한말 근대 정치사상, 현대 동북아 관계 등을 아우르는 3권짜리 저작집을 추가로 펴낼 예정이다. 두 노장학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이 박힌 책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오랜 세월 세파에 시달렸지만, 두 교수 모두 학자 아무개로 더 빛나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국 사상가로부터 행정의 최소조건 탐구 파란만장한 삶을 거쳐온 두 노장학자가 각각 책을 펴냈다. 국내 행정학계의 거두인 이문영(79) 고려대 명예교수(사진 왼쪽)와 국내 일본학계를 대표하는 김영작(65) 국민대 명예교수(사진 오른쪽)가 주인공이다. 이 교수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력을 <협력형 통치-원효·율곡·함석헌·김구를 중심으로>(열린책들 펴냄)에서 집대성했다. 이 교수는 유신정권 때인 73년 정부의 압력으로 대학에서 해직된 뒤, 10여년 동안 형극의 길을 걸었다. 76년 3·1민주구국선언으로 투옥됐고 79년 와이에치(YH) 사건으로 다시 갇힌 몸이 됐다. 80년 5월에는 이른바 김대중내란음모 사건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독재정권에 의해 강단에서 밀려난 옛 시절을 만회라도 하듯 700여쪽에 이르는 <협력형 통치…>에서 한국적 행정학에 대한 자신의 공력을 마음껏 풀어놓았다. 원효·율곡·함석헌·김구 등 한국 사상가들을 ‘행정학적으로 독해’하는 것이 주된 뼈대다. 출판사 쪽은 “저자의 평생의 화두인 ‘행정의 최소 조건’을 탐구하는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라고 소개했다. 동서양 고전을 넘나드는 사유의 깊이는 그가 견뎌낸 세월의 깊이만큼 깊다. 폐암 투병중인 ‘풍운아’ 김영작 교수
후학과 함께 ‘일본학 총서 시리즈’ 펴내 김 교수의 이력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반독재민주화의 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풍운아의 삶’이라 평한다. 김 교수는 일본 유학중이던 60·70년대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 권력 핵심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유신정권 치하에서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져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가 5년여만에 풀려났다. 그러다 5공화국 출범 직후엔 민정당 국책연구소 부소장과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5공화국의 영화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돌연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문에 몰입했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모두 세권이다. <일본은 한국에게 무엇인가>(한울 펴냄) 등의 3권을 ‘일본학 총서 시리즈’로 묶어 냈다. 모두 35명의 일본학 전공자가 함께 글을 썼는데, 대부분 김 교수의 후학들이다. 주변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리스마 넘치는 기질로 학문적 엄밀함을 추구해온” 김 교수의 영향력 아래, 국내 일본학의 현 주소를 총체적으로 짚으려는 야심찬 시도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폐암 판정을 받고 현재 투병중이다. 앞으로 구한말 근대 정치사상, 현대 동북아 관계 등을 아우르는 3권짜리 저작집을 추가로 펴낼 예정이다. 두 노장학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이 박힌 책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오랜 세월 세파에 시달렸지만, 두 교수 모두 학자 아무개로 더 빛나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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