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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부시여, 과학을 탐하지 말라

등록 2006-04-27 19:30수정 2006-04-28 14:55

과학전쟁<br>
크리스 무니 지음. 심재관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1만5000원
과학전쟁
크리스 무니 지음. 심재관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1만5000원
잠깐독서

‘황우석 쇼크’는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것이다! 절반의 진실이다. 적잖은 사람들은 이보다 “과학 너마저…” 하는 배신감에 뒤통수가 얼얼했을 것이다. 객관성을 담지한 냉정한 학문, 과학이 알고보니 허점투성이였다는데야.

과학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사정은 어떨까? 2004년 2월18일 미국 과학자연합은 대중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부시 행정부가 기후변화에서 탄도 미사일 개발까지, 반진화론과 낙태에 이르기까지 과학정보를 왜곡하고 은폐하며 정부 연구기관의 과학 보고서를 폐기하고 과학 자문위원 선임을 좌지우지한다. 과학의 정치화가 이토록 노골적이고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

9·11테러 바로 전인 2001년 여름, 부시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난국 타개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60개 이상의 배아줄기세포주가 있다”는 깜짝 발언. 이후 유도줄기세포로 밝혀져 사기극이 됐지만 이는 과학을 오용한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과학전쟁>(한얼미디어 펴냄)을 보면 ‘황우석 쇼크’ 저리가라다. 부시를 정점으로한 네오콘은 친기업적 지지자와 종교적 보수주의자의 표밭을 의식해 과학의 진실성을 무참히 짓밟는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꼼꼼한 취재를 토대로 전말을 속속들이 고발한다.

부시 정권이 손잡고 충실하게 봉사하는 두 집단은 산업계와 종교계. 기업은 연방정부의 각종 규제를 완화시킬 목적으로 과학을 들먹이는 한편 종교는 콘돔의 거부, 낙태 반대 등 도덕적 원칙을 옹호하려고 과학을 끌어들인다. 주된 수법은 과학의 불확실성을 꼬투리삼는 것. 가령 부시는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확증’이 없다는 구실을 대며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덜어준다.

심지어 보수 정부와 결탁한 기업과 종교는 과학적 연구를 재단하고 ‘과학’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간접흡연과 폐암 사이의 관련성에 이의제기하도록 과학자를 매수하는가 하면 낙태와 유방암 발병은 무관함에도 종교적 보수주의자의 비위를 맞추려고 조작한다.

“과학으로 안되는 게 어딨니?” 과학을 장신구로 활용하는 부시의 정치력이 놀랍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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